패션기업 신성통상(회장 염태순)이 자사주 95% 이상을 확보하며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했다. 회사는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비상장 전환 이후 이익잉여금의 전략적 활용과 해외사업 확대 등 본격적인 경영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2세 경영인 염상원 전무의 전면 배치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도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통상은 6월 9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한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83.87%에서 94.55%로 끌어올렸고, 7월 15~17일 장내 매수로 추가 지분을 사들여 보유율을 95.19%까지 확보했다. 이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법적 요건을 넘는 수준이다.
나아가 회사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통해 오는 8월 26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주총에서는 상장폐지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고,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 공식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후 소액주주 잔여 지분은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 매수가 가능해진다.
이번 상장폐지는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 경영 전략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염태순 회장과 가족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확고히 하면서, 중장기적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신성통상은 최근 주력 브랜드 ‘탑텐(TOPTEN)’ 사업부를 총괄하던 강석균 전무가 사임한 직후, 염태순 회장의 아들인 염상원 이사를 전무로 승진시켜 해당 자리에 전격 발령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2세 경영인 염상원 전무가 신성통상을 실질적으로 이끌 차기 리더로 자리매김한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염상원 전무는 최근 온라인 강화, 브랜드 리뉴얼, 글로벌 전개 전략 등을 주도하고 있고, 상장폐지를 기점으로 보다 과감한 경영 정책과 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성통상은 오랜 기간 보수적 재무 운영으로 3,800억 원대 이익잉여금을 축적해 왔다. 상장폐지를 통해 외부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를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러한 유연성은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성과 신규 사업 전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염상원 전무의 전면 배치는 상장폐지 이후 신성통상의 지배구조가 염태순 회장의 2세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됨을 의미한다”며 “이사회와 지분 구조가 정비된 상태에서 기업의 후계 구도 역시 명확하게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성통상은 ‘탑텐’, ‘지오지아’, ‘올젠’ 등 자체 브랜드 기반의 SPA 및 남성복, 자회사 에이션패션의 캐주얼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의 급변과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경영 전략과 의사결정 속도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신성통상은 향후 비상장사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의류 중심의 브랜드 운영 사업 외에도, 신규 소비층을 겨냥한 브랜드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 해외 유통채널 확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폐지는 염태순 회장과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 강화, 장기 자금 활용의 유연성 확보, 그리고 글로벌 확장 전략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기업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염상원 전무의 탑텐 총괄 배치는 차세대 경영자로서의 존재감을 명확히 한 조치로, 경영 승계 수순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와의 갈등으로 기업 이미지와 신뢰가 실추되는 현상은 불가피했다. 신성통상은 약 10년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다 2023년에야 연간 배당을 재개했으나, 그마저도 배당 성향은 미미한 8.6%에 그쳤다.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상장 기업으로써 의무와 역할에 충실했느냐는 반문이 생기는 이유다. 공개매수 가격 역시 4,100원으로 제시됐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상장폐지와 관련한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신성통상 사례가 향후 관련 규제 강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