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공실률이 45%를 넘어섰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로수길 공실률은 45.2%로, 같은 기간 성수(4.2%)의 10.8배, 명동(4.9%)의 9.2배였다. 같은 회사가 집계한 서울 7대 상권 평균(14.3%)의 세 배도 넘는다. 팝업 공간 플랫폼 스위트스팟은 올해 2분기에도 가로수길 공실률이 40%를 웃돈다고 밝혔다.
테넌트뉴스가 2017년 이후 공실률·임대료·매출 통계를 시계열로 정리한 결과, 가로수길의 공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임대료 급등과 브랜드 이탈은 10년 가까이 앞서 시작됐고, 공실률이 40%를 넘어선 뒤에도 임대료는 서울 평균의 1.7배였다.
10년 새 월세 10배…공실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가로수길 주요 상권의 3.3㎡당 월세는 2008년 약 15만 원에서 2018년 150만 원 가까이로 10년 새 10배가량 뛰었다. 공실은 이 무렵부터 통계에 잡혔다.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신사역 상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17년 1분기 2.9%에서 같은 해 3분기 12.8%로 반년 만에 4.4배가 됐다.
브랜드 이탈도 이 시기에 시작됐다. 2012년 가로수길에 들어선 미국 패션 브랜드 홀리스터는 2018년 1월 매장을 닫았고, 4층 건물 전체가 공실로 남았다. 점포당 3억~4억 원 수준이던 권리금은 2017년 말부터 받지 않는 점포가 나타났다. 이후 자라도 임대료 부담으로 가로수길을 떠난 것으로 보도됐다.

홀리스터가 나간 같은 달 27일, 애플은 국내 첫 매장인 ‘애플 가로수길’을 열었다. 애플은 이때 20년 치 임대료 약 600억 원에 장기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도됐다. 테넌트뉴스가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2억5,000만 원이다.
공실은 4개 분기 연속 상승…임대료는 서울 평균 1.7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집계에서 가로수길 공실률은 2023년 2분기 36.5%로 당시 6대 상권 중 가장 높았다. 이후 2024년 3분기 36.0%, 4분기 41.2%를 거쳐 지난해 1분기 41.6%, 2분기 43.9%, 3분기 45.2%로 4개 분기 연속 올랐다.
임대료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신사역 상권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당 9만3,620원으로 서울 평균(5만5,090원)의 1.7배였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감정원 통계로 분석한 2018년 1분기 신사동 상권 임대료(7만5,700원)보다는 23.7% 높다.
사람과 매출은 줄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가로수길의 1ha당 유동인구는 8만8,611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 줄며 4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같은 해 3분기 점포 월평균 매출은 1,55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26만 원(7.5%) 적었다.
통계마다 수치는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신사역 상권 공실률은 17.5%로 도산대로(7.8%)·명동(5.1%)보다 높지만,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수치보다는 낮다. 부동산원은 이면도로 상가와 2종 근린생활시설까지 표본에 넣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메인 거리의 가두 매장을 중심으로 조사한다.

패션 플래그십 떠난 자리에 올리브영·다이소
올해 들어 빈자리를 채운 것은 뷰티·생활용품 매장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 5월 30일 4층, 총 174평 규모의 세로수길점을 열었다. 이 일대 네 번째 매장으로, 올리브영 측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다이소는 신사역점에 이어 7월 31일 신사가로수길점 영업을 시작했다.
상인들도 나섰다. 올해 상권 내 ‘신사가로수길 발전협의회’가 공식 단체로 출범해 6월 10~14일 ‘디자인위크 & 세일 페스타’를 열었다. 신사동 532-12에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보피·데파도바’ 플래그십 스토어가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4월 알려졌다.
자산 가격은 낮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가로수길 건물의 3.3㎡당 매매가는 최고 약 3억 원에서 최근 약 2억 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인근 상권의 흐름은 달랐다.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도산공원·압구정로데오 상권은 브랜드 출점이 이어지며 임대료가 3년 연속 연 20% 이상 올라 3.3㎡당 60만 원 선에 이르렀다. 성수동 뚝섬 일대 임대가격지수는 2023년 1분기부터 2025년 4분기까지 29.2% 올랐고, 올해 2분기 성수 공실률은 4.5%였다(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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