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고 마케팅 트렌드를 이끄는 키워드는 ‘메타휴먼’이다. 가상인간, 디지털휴먼, 버츄얼휴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정의는 하나다.
바로 디지털 기술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래픽, 게임 엔진,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결합된 메타휴먼은 모습 자체가 사람과 같고 의사소통까지 가능해 이슈의 중심에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고 SNS 팔로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메타휴먼은 국내외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시작했다.

이에 최근 패션·뷰티·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는 물론 유통가에서도 메타휴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메타휴먼은 표현의 한계가 없고, 사생활 리스크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잘 키우기만 하면 여느 톱 배우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고, MZ세대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기업이 메타휴먼에 쓰는 마케팅 비용이 2019년 8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에서 2022년 150억 달러(약 1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관련 메타휴먼의 가상 인플루언서 규모가 자체 2021년에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인기에는 메타버스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의 ‘verse’를 합친 단어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초현실적인 세계를 뜻한다. 단순 가상현실(Vitrtual Reality)보다 참여도가 높아진 가상 세계 개념이다. 가상의 세계가 구축됐으니, 가상의 인간도 인기를 얻게 된 셈이다.

메타휴먼이 각광을 받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렇다고 갑작스레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온라인 게임의 진행을 돕는 NPC(Non-Player Character)도 메타휴먼인 셈이다. 질 낮은 3D 그래픽에 사람 목소리를 입힌 초기 메타휴먼이 등장한 적도 있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금세 사라졌다. 20여년 전 ‘3D 캐릭터’에 가까웠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의 메타휴먼은 다르다. 외형을 만들 때는 실제 인물을 직접 스캔하는 방식부터 AI를 이용해 완전히 새롭게 생성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형태로 탄생한다. AI나 정교한 디지털 그래픽 등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메타휴먼을 선보일 수 있는 제반 기술도 고도화됐다.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피부 솜털까지 표현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타휴먼의 활용 범위는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해질 전망이다. 특히, 사람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AI가 적용되면 디지털 휴먼의 활용 범위는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소속 ‘로지’, 지난해 광고 모델로 20억 매출

그렇다면 현재 이 시장을 주도하는 메타휴먼은 누구일까. 국내 수많은 메타휴먼 중에선 로지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기업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켰다. 미간이 넓고 마른 체형을 가진 게 특징이다. 풀네임은 ‘오로지’이고, 나이는 영원히 22세다. 직업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다. 실제 팔로워 수는 11만명을 넘는다.

지난해 보험사 신한라이프가 로지를 광고모델로 활용하면서 메타휴먼이 실제 사람 모델의 역할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로지는 광고 영상에서 화려한 춤실력을 뽐내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조회 수만 2000만뷰에 달한 이 영상을 보고 그가 메타휴먼인지 몰랐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최근엔 신한라이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엔 쉐보레의 전기차인 ‘볼트EV’의 모델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모델로도 선정됐고, 패션앱 ‘W컨셉’ 은 로지를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GS 리테일이 운영하는 유통채널 GS25는 로지를 앞세워 전국 각 매장을 비롯해 SNS 등에서 MZ세대와 소통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헤라도 로지를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로지는 자신의 SNS에 헤라의 블랙쿠션과 립틴트 등을 사용하고 후기를 남기며 헤라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호텔 마케팅 모델로도 각광 받고 있다. 로지가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패션 화보도 찍었다. 로지를 통해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지난 해 벌어들인 수익은 2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 루시, 무신사테라스 행사 초대·쉐이크쉑 앰버서더와 쇼호스트로 활동

롯데홈쇼핑의 메타휴먼 ‘루시’는 로지에 이어 두번째로 인지도가 높은 메타휴먼으로 꼽힌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2월 메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루시의 설정은 29세의 여성으로 인플루언서이자 자동차 디자이너다.

로지와 마찬가지로 MZ세대가 선호하는 형태를 모아 3D 모델링 합성 기술로 탄생시켰다. 상당한 미인형으로 연예인을 닮은 것 같으면서도 유니크한 얼굴이 특징이다. 본캐는 디자이너 부캐는 패션모델, 취미부자이다. 친구들과 핫플레이스를 다니면서 인스타그램에 자주 공유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6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루시 역시 곳곳에서 러블콜을 받고 있다. 인플루언서 대상으로 진행한 무신사테라스 체험 마케팅에 초대를 받았고, SPC 쉐이크쉑의 고추장치킨쉑 재출시 엠버서더로 활동했다. 패션 앱 ITOO가 진행하는 OOTD 이벤트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고, 브랜드 HDEX의 SNS 협찬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롯데홈쇼핑의 행사 ‘광클절’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박세리, 송가인의 뒤를 이은 모델 발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롯데홈쇼핑 스페셜 쇼호스트 위촉장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22일엔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루시 목소리가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특집전’(K-MAS) 방송 예고 영상에 출연해 판매 상품을 안내했다. 루시의 외모, 직업 등을 고려해 최적의 목소리를 선정했으며, 입 모양이 발음대로 움직이도록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해 사실감을 더했다. 또 실감형 영상 콘텐츠 제작스타트업 ‘포바이포’와 협업해 모델링 정교화 작업, 모션 캡처, 영상 합성 등 VFX(시각 특수효과)를 활용한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사람과 유사한 발음과 표현이 자연스럽고 신선하다’, ‘홈쇼핑이 아닌 메타버스 세계관을 체험하는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롯데홈쇼핑은 앞으로 화면에 즉시 영상을 송출하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이용해 기존 사람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가상 모델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진, 영상 위주의 가상 모델의 한계에서 벗어나 메타버스 플랫폼 내 라이브 활동 등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
◇ LG전자의 김래아, cES 전시회서 데뷔ㆍ윤종신 참여해 가수 준비

LG전자가 만든 메타휴먼 김래아도 디지털 셀럽 중 하나다. 김래아는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공식 데뷔했다. 진한 분홍색 후드티를 입고 단발머리에 유쾌한 미소로 싱그러운 에너지를 뽐내며 LG전자의 각종 제품들을 영어로 소개했다.

김래아는 서울에서 살고 있는 23세 여성이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은 경남 거제도에서 보냈고 영국 유학 중에 코로나19가 퍼져 한국에 돌아왔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직업은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기획됐다. 이름인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지녔다.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을 모션 캡처 작업을 통해 추출하고 이를 딥러닝 기반 3D 이미지로 구현했다.
올해 안엔 가수로도 데뷔한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김래아의 가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김래아는 미스틱스토리의 ‘버추얼 휴먼 뮤지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김래아의 노래와 목소리를 프로듀싱한다. 국내에서 메타휴먼이 가수로 데뷔하는 첫 사례다.

김래아는 패션잡지 ‘데이즈드(Dazed)’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음악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 아트, 패션 등 다양한 요소와 협업해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래아의 가수 데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메타휴먼의 활동 영역도 더 넓어질 전망이다.
대기업이 노리는 메타휴먼은 김래아 뿐만이 아니다. 3D 메타휴먼 ‘수아(SUA)’를 제작한 온마인드는 지난해 11월 SK스퀘어로부터 80억원을 투자받았다. 온마인드는 2020년 4월 설립돼 같은 해 11월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 자회사로 편입된 회사다. 자체 개발한 3D 디지털휴먼 구현 기술과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기반으로 유니티, AMD 등과 제휴 및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 피부와 표정 등 점차 정교화,4대 보험 가입한 메타휴먼 등장

메타휴먼 수아의 설정도 독특하다. 수아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 서울과 닮은 병행 도시별 루오에스(LUOES)에서 왔다. 음악이 없는 루오에스의 수아는 서울에서 처음 음악을 듣게 되고, 이곳의 모든 것에 사랑에 빠졌다. 당분간 쉴 새 없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는 이곳 서울에서 살아 보기로 했다.
수아는 춤, 노래, 게임을 즐겨 하고 패션과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다. 플라잉카를 타고 다닌다. 주변에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많으며, 킥보드, 롱보드, 롤러스케이트 등 각종 탈것을 수집한다. “Do what I want. 내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냥 해버리자!” 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수아는 유니티코리아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최근엔 설현, 김연아 등 인기 셀럽을 섭외해온 SK텔레콤과 광고 계약을 맺기도 했다.
수아는 다른 메타휴먼과 기술적으로 차별화를 뒀다. 실제 사람을 3D 스캔해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뼈대를 세우는 스컬핑으로 구현됐다. 특히 3D와 VR에 강한 유니티 엔진의 최신 버전인 ‘Unity 2019.3’에 포함된 HDRP(High Definition Render Pipeline, 고해상도 렌더 파이프라인)를 기반으로 사실적인 피부 표현 및 자연스러운 표정 등 정교한 고해상도 그래픽을 자랑한다.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국내 첫 메타 휴먼이기도 하다. 다양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움직임,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나아가 4대보험까지 가입한 메타휴먼이 등장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 가입은 곧 직장인이 됐다는 뜻이다. 네오엔터디엑스의 메타휴먼 ‘리아’는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정규직 직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리아의 직함은 마케팅 팀장이다. 정직원이 된 리아는 AI을 이용한 이미지 처리 스타트업 네오코믹스에서 메타휴먼 제작사업인 네오엔터디엑스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현실에선 실존 인물인 동시에 가상세계에선 AI기술로 만든 새로운 외모의 메타휴먼으로 존재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4대보험을 가입한 것도 실제 네오코믹스 직원 김유리씨가 리아를 대신해 가입했다. 김씨는 사내에서도 본명 대신 ‘리아 팀장’ 또는 ‘리아님’으로 불리며 메타휴먼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휴먼이 사람을 대신하는 경우는 많지만 김씨의 경우 거꾸로 메타휴먼인리아의 삶을 살아가는 구조다.

또한 게임 캐릭터가 메타휴먼으로 발전한 케이스도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자체 개발한 VR(가상현실) 게임 ‘포커스온유’ 주인공인 ‘한유아’다. 자이언트스텝의 인공지능(AI) 기반 버추얼 휴먼 솔루션과 리얼타임 엔진기술 기반 실시간 콘텐츠 솔루션을 적용해 실존 인물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 앞서 자이언트스텝은 한유아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자 최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에 ‘방시혁이 꽂힌 가상인간’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포커스온유’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출시한 VR 연애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으로 그간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히로인 한유아는 저마다의 추억 속에 있을 법한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톡톡 튀는 캐릭터로, 지금도 많은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VR 게임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은 한유아를 활용해 최신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이번 한유아 캐릭터의 IP(지식재산권) 확장을 결 정했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준비하는 한유아가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 갈 수 있도록 기존 게임 대비 그래픽을 개선했다.
한유아는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별도의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단숨에 5100여명의 팔로워를 확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추얼 셀럽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내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연기, 음반 발매 등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경기도 메타휴먼 ‘반디’ 제작, 홍보대사로 위촉

지자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메타휴먼도 있다. 경기도의 홍보대사인 ‘반디’다. 반디는 원스톱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이 버추얼 휴먼 원천 기술력을 활용, 실제 20대 여성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한 모델이다. 반디(Van:D)라는 이름은 Virtual And, Digital에 웃는 이모티콘 ‘:D’를 표현한 것으로 ‘반딧불이처럼 세상을 밝힌다’는 뜻이다.
경기도는 메타버스에 대한 여론의 높은 관심을 반영, 디지털 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반디를 홍보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자체 차원에서 메타휴먼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반디는 앞으로 2년간 도정과 주요 행사를 SNS, 메타버스 등 디지털 공간에서 도민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시간·공간 제약 없이 광범위하게 활동하며 도민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도 맡는다.
이처럼 산업 전반의 마케팅 영역에 메타휴먼이 인기를 끄는 건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메타휴먼은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화장품, 패션 등 주 소비자층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패션과 뷰티의 상품 홍보에 활용하기 쉬우면서, 닮고 싶은 자극을 만들고, 호감도와 친밀감을 형성하기에 용이하다는 이유다.
실제 사람과 달리 말실수나 사생활, 과거 품행 등 각종 구설에 휘말릴 걱정이 없는 것 또한 큰 강점이다. 광고 마케팅 업계는 이미 툭하면 터지는 연예인 사건·사고에 지쳐있다. 최근엔 연예인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 등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한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비상이 걸렸고 녹화·출연 중단 사태가 이어졌다.
광고주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안정적으로 높이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거액의 광고료를 지불한다. 이는 스타가 가진 영향력 때문이다. 스타의 인기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스타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고 매출도 상승시키려는 계획이 연예인들의 실수와 사고로 일 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이에 시쳇말로 ‘사고치지 않는 스타’가 필요한데 여기에 메타휴먼이 제격인 것이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메타휴먼의 캐릭터를 콘텐츠 제작사가 설정할 수 있다 보니 기업 브랜드 가치에 맞게 적절한 광고 효과를 내기가 쉽다”면서 “인간 모델처럼 좋지 않은 문제에 휘말리는 등 사생활 문제가 없어 리스크가 적은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몸값 역시 톱스타들에 비해 낮아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기 메타휴먼도 연 1억원 안팎이면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모델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 소비자 취향에 맞게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는 점, 전문 인력이 없는 기업도 자사 서비스에 디지털 휴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앞으로 메타휴먼의 활용 저변이 넓어질 가능성이 큰 요인들이다.
메타휴먼의 인기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비대면 활동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감수성도 높아진 점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다소 생소했던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 전반에 퍼졌다. 얼굴 인식, AR, 3D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하는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는 10대 청소년들의 사교장이 됐다. 가상현실 속 아바타를 만들어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한다. 취업준비생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면접을 보고, 직장인은 게더타운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한다.
이처럼 메타휴먼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분명 나아지고 있지만 반면 시장이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하는 관문이 존재한다. 메타휴먼을 대하는 대중이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가 대표적이다.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일본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의가 소개한 이론이다.
인간이 인간과 유사한 존재에 호감을 느끼다가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불쾌감을 느끼고, 그 수준을 넘어서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았다면 다시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로지가 메타휴먼이었다는 게 밝혀졌을 때, 가상과 현실의 거리가 무너지면서 인간을 따라한 모델링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꽤 나타났다.
◇ 가짜 동영상과 사이버 범죄, 음란물 제작 등에 악용 우려
이에 업계는 ‘불쾌한 골짜기’ 이슈는 기술 발전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센서와 그래픽의 밀도를 높이고 동작 캡처 기술이 눈의 깜빡임이나 동작의 미세한 흔들림, 근육의 작은 변화 등 인간적인 디테일을 살리다보면 대중이 느끼는 불쾌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객과의 소통이나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뚜렷하다. 해당 모델을 만든 팀이 직접 소통에 나서거나, 자연어처리 딥러닝을 적용한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과 대화에 나서곤 있지만 진짜 인간이 소통하는 게 아니다 보니 현실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AI를 활용하는 것도 여러모로 리스크가 크다. 스스로 사고해 타인과 대화를 주고받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0년 20대 대학생을 표방하던 AI 챗봇 ‘이루다’가 성 소수자와 여성 등에 대해 차별적 시선을 드러냈다가 논란을 빚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타휴먼은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하기 쉽기 때문에 AI을 활용해 만든 가짜 동영상인 딥페이크(deepfake)가 유포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온라인에 공개된 무료 소스 코드와 인공지능 알고리즘만으로 누구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인 만큼, 2차·3차 창작에 따른 음란물 제작, 사이버 범죄 이용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휴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시급하기도 하다. 메타휴먼을 향한 성희롱이나 욕설 등에 기준이 없으면 실제 사람을 대할 때 태도나 가치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산업디자인 전공 교수는 “최근의 메타휴먼은 사람의 피부나 모공까지 그대로 재현해내고, AI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다 보니 독립적인 하나의 인간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됐다”면서 “다만 아직까진 마케팅 효과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만 어필할 수 있고 그간 나온 메타휴먼이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인 서구형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이 시장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런 문제점은 메타휴먼의 시장이 커질수록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매력으로 팬덤을 만들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마케팅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앞으로 더 많은 메타휴먼이 등장해 기상천외한 영역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메타휴먼이 진짜 사람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