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해적들’이란 독특한 의미를 가진 수피(SUPY: Successful Pirates, i->y) 편집숍이 서울 명동 상권에 진출했다. 2015년 3월에 서울 성수동에 첫 번째 숍(SHOP)을 오픈했고, 2021년 8월에 홍대에 두 번째 숍을 오픈한데 이어 이번에 명동에 세 번째 숍을 오픈한 것이다.
편집숍 ‘수피’는 새롭고, 신선하고, 감각적인 옷들로 채워진 곳이다. 해적들이 어렵게 발견한 세상에 흔하지 않은 보물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수피에도 흔하지 않고, 정체성이 분명한 보물같은 옷들이 가득한 편집숍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브랜드는 저희 수피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곳 저곳에서 접할 수 있고, 쉽게 구매가 가능한 브랜드를 굳이 수피에서 판매할 필요는 없죠. 수피는 흔하지 않고 신선한 브랜드, 브랜딩에 진심인 브랜드,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브랜드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이계창 수피(SUPY) 대표는 어릴 때부터 다들 좋아하는 것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다들 ‘별로’라고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흔하지 않은 희소성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자랐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이 대표는 편집숍 수피의 내부 콘텐츠 구성시에 신선한지, 희소성이 있는지,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 후 최종 입점을 결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을 해적들 중 ‘우두머리’라는 의미의 캡틴(Captain)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이메일 이름도 수피 캡틴(SUPY Captain)이다. 이처럼 ‘수피 캡틴’이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대표는 회사 내에서 흔하지 않고, 희소성을 지닌 것들을 찾는데 가장 앞장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수피 캡틴(이계창 대표)이 이와 같은 희소성을 좋아하는 성격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모두가 외면하는 명동 지역 진출을 결단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피 캡틴은 명동점을 지난 2월 13일 정식 오픈했지만 명동에 진출하기 위해 일찌감치 2022년 초 코로나19가 아직 한창이던 때부터 마땅한 건물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당시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고 있던 시기였고, 그로 인해 명동 상권은 사람이 없는 마치 폐허가 된 도시와 같았다. 하지만 수피 캡틴은 이처럼 다들 외면하고 떠난 명동을 오히려 희소성이 있는 가치 있는 지역으로 판단한 것이다.
“2022년 1월쯤이었을 거예요. 명동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명동은 회생불능지역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망한다’고까지 하더라고요. 하지만 명동의 강점이 보이더라고요. 교통이 좋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고, 아주 좋은 지역인 거예요. 단지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명동 진출은 당시가 적기라고 판단했죠.”

◇ 명동점, 코로나19 시기에 모두 외면할 때 향후 가능성 보고 오픈
수피 캡틴은 결국 명동 상권의 미래 가능성, 남들이 외면하는 곳이라는 ‘희소성’의 가치를 보고 명동에서 가장 핵심인 중앙로에, 그것도 5층짜리 단독 건물 전체를 과감하게 계약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연말부터 명동 상권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외국인이 다시 몰려오고, 내국인도 금세 명동 지역 곳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미 화장품 숍들은 코로나19 이전 시점인 2019년도 매출까지 회복하는 등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수피 캡틴이 결정한 세 번째 숍인 명동점은 명동 지역이 활력을 찾으면서 매출이 오르는 등 점차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수피 캡틴이 명동점만 희소성의 가치를 보고 용기를 갖고 진입한 게 아니라, 첫 번째, 두 번째 매장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한 곳을바라볼 때 수피 캡틴은 다른 곳을 봤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수피의 첫 번째 숍인 성수점은 2015년 3월에 프리 오픈을 하고 이후 조금 더 시간을 가진 뒤에 정식 오픈했다. 당시 성수동 일대는 수피 맞은편에 자리한 대림창고에서 가끔 행사가 열리는 정도일 뿐 지금의 핫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불모지와 같았던 지역이었다.
책을 만드는 제본공장, 인쇄공장, 자동차 정비소, 가죽 공장 들이 몰려 있는 많이 낙후된 곳이 당시 성수동의 모습이었다. 도로는 요란한 기계 소리와 각종 짐을 운반하는 차량들 소리로 가득 채워진 곳이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멋진 카페, 트렌디한 옷가게 등이 몰려 있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첫 번째 숍인 성수점은 책과 인쇄물을 만들 때 마지막 작업을 하는 제책사 건물이었어요. 주변에는 공장들 뿐이었고 멋진 카페나 옷 가게 하나 볼 수 없었죠. 하지만 강남이 가깝고, 지하철 2호선이 있고, 서울이 아닌 듯한데 옛 서울 모습을 간직한 나름 매력이 있는 곳이었어요. 멋진 건물이 방치돼 있으면서 희소성을 가진 지역으로 수피 편집숍을 하기에 딱 맞는 분위기의 장소더라고요. 당시 다들 ‘별로’라고 하는데 저는 가능성이 높은 좋은 곳이라고 느꼈어요.”
수피 캡틴은 홍대점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에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AK홍대 3층에 자리한 수피 홍대점은 코로나팬데믹으로 모두가 쇼핑몰 입점을 꺼려하던 2021년 8월에 오픈했다. 당시 3층은 나이키와 무인양품만 있고, 나머지 공간은 비어있을 만큼 오프라인 쇼핑몰에겐 최악의 시기였다. 하지만 수피 캡틴은 지금까지 남들이 외면할 때 가능성을 본 것처럼, 20대 고객이 많은 홍대 상권의 특성을 볼 때 AK홍대도 분명히 희소성을 가진 가치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 계약을 진행했다.
현재 수피는 젊은 스트리트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성수점 고객은 초기 국내 고객이 90%였다면 지금은 55%만 국내 고객이고, 나머지 45%는 미국, 유럽, 싱가폴, 일본 등의 나라에서 찾아온 외국인 고객이다. 이처럼 성수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인지도를 갖고 있는 감각적이고, 신선한 편집숍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수피, 한국을 대표하는 K패션 플랫폼ㆍK패션 브랜드 편집숍 목표
홍대점은 코로나펜데믹 기간 오픈했지만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 꾸준하게 매출이 성장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홍대점은 수피 편집숍이 30대 전후 고객뿐만 아니라, 20대 전후 고객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매장으로 MZ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창출하는 등의 고무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수피 캡틴은 이번에 오픈한 명동점을 K패션을 국내외 고객에게 제대로 각인시켜 주는 대표적인 K패션 플랫폼, K패션 브랜드 편집숍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동점은 층당 50평 규모에 전체 5개층으로 된 단독 건물로 1층부터 4층까지는 매장으로, 5층은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다. 각 층별로 콘셉트를 달리해 층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재미와 호기심을 제공해 오랫동안 머물도록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1층은 서울의 패션디자이너와 로컬 패션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총망라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2층은 스트리트와 캐주얼 감성의 브랜드 공간으로, 3층은 리빙 브랜드와 컬처를 담은 각종 굿즈가 있고 카페도 함께 있는 공간으로, 4층은 컨템포러리와 팝 컬처 브랜드를 구성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5층은 오피스겸 창고 공간이다.
“이곳 명동점은 지금까지 명동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 공간, 음악, 바이브를 제공해 트렌드세터들이 명동을 찾게 하는 핵심 장소가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수피가 명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고 싶고요. 또한 외국인들에게 K패션과 K컬처를 제대로 전달해 서울의 힙함을 알리는 편집숍이 되고자 합니다. 실제 명동점 문을 열자마자 국내 MZ세대는 물론 일본, 싱가폴,유럽 고객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수피 명동점은 기존 명동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 재미와 흥미,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카페에서 잠시 쉼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전체 공간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주변에 경복궁, 남산, 청계천, 힙지로 등과 연계시켜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문화, 패션, 디자인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수피 명동점은 수시로 변하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서울의 힙함을 전달하는 역할, 명동을 가장 힙하게 변화시키는 역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