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른바 ‘꼼데가르송길’ 인근 노후 건물을 112억 원에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부지는 이미 철거가 완료된 상태로, 신축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패션 업계 모두 향후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사장은 2023년 1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9-19 건물을 평당 약 1억 4,000만 원 수준으로 사들였다. 연면적 772㎡, 대지면적 259㎡ 규모의 건물로, 1990년 준공된 노후 시설이었다. 등기부상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은 전액 현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건물은 철거가 완료됐고, 신축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노후 자산을 매입한 뒤 건물 재건축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가치 제고형 투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일대는 삼성가(家)의 부동산이 밀집한 지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당 부지는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과 이태원역 사이에 위치한 이태원로 이면도로로, 럭셔리와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들이 밀집한 ‘꼼데가르송길’과 인접해 있다. 이 거리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하는 꼼데가르송 한남점 오픈 이후 ‘꼼데길’로 불리며, 고가 브랜드와 MZ세대 대상 콘셉트 매장이 집결해 신흥 고급 상권으로 변모해왔다.
특히 이 사장이 매입한 건물 앞쪽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주요 브랜드 매장이 집중돼 있어 주목된다. ‘띠어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ZIP739’ 편집숍, 그리고 ‘구호(KUHO)’, ‘란스미어(LANSMERE)’ 등 삼성물산의 자체 브랜드 매장이 매입한 건물 앞뒤로 이어지거나 반경 수백 미터 내 근접한해 있다. 요즘 인기 급상중 중인 SPA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도 구호 매장 바로 옆 건물에 오프라인 플래그십을 오픈해 성업 중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부지가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매입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축 후 ‘하이엔드 편집숍’이나 브랜드 복합 매장 등으로 활용될 경우, 기존 상권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건물의 위치가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라는 점에서 가시성과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건물 반대면 대로변에 위치한 삼설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구호 매장과 연결할 경우 면적이 크게 늘어난 또 하나의 대로변 건물이 돼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이 사장의 이번 매입이 회사의 브랜드 전략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은 현재 삼성물산에서 패션 사업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략기획을 총괄 사장 자리에 있다. 개인 명의로 매입한 물건에 회사의 패션 브랜드 매장이 출점하게 될지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고, 좀더 지켜보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현 사장은 과거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서 ‘구호’, ‘에잇세컨즈’ 등의 브랜드를 각 카테고리별 대표 브랜드 수준으로 끌어올려 감각적 리더십을 인정받아온 경영자이다. 한남동 일대는 과거부터 삼성가의 자산 보유지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를 단순 투자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처럼 신축 이후 건물이 어떤 형태로 활용될지 여부는 미정이지만, 주요 패션 브랜드의 집결지 한복판에 삼성가 인사가 고액 현금 거래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신축에 나섰다는 점만으로도 유통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