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통가에서는 단순한 의류 제조를 넘어 독점적 문화 콘텐츠를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패션 상품이 소모품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진화하면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지적재산권(IP)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과 고유한 문화에 열광하는 트렌드가 고착화되자, 기업들 역시 기존의 생산·유통 방식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 대표 김민태)이 IP 비즈니스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대대적인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서는 6월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사내독립기업(CIC) 형태의 ‘V본부’가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을 정조준한 핵심 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스토리 사업 부문을 이끌고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 리코를 창립했던 황보상우 최고지적재산권책임자(CIPO)를 수장으로 영입한 점은 정통 패션 기업의 문법을 깨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V본부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의지 실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코오롱몰 운영 업무를 완전히 분리하고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향후 전개할 신규 브랜드 마케팅에서 ‘코오롱’이라는 대기업 고유의 사명을 전면에 노출하지 않는 파격적인 전략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기업 명성에 의존하기보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오리지널 IP 개발과 외부 유명 캐릭터·셀러브리티 협업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편견 없는 팬덤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 구성 역시 다변화하여 기존 패션 전문가 그룹과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획자들을 융합 배치했으며, 분기별 단계적 검증 시스템인 ‘게이트’ 방식을 도입해 자율성과 사업 규율을 동시에 추구한다. ‘팬을 대중으로, 대중을 세계관으로(Fan to Mass, Mass to Universe)’라는 슬로건에 맞춰 초기 코어 팬층을 확보한 뒤 점진적으로 글로벌 무대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단계적 로드맵을 밟을 예정이다.
전통적인 패션 제조 및 유통 공식에서 탈피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융합하는 이 같은 시도는 향후 패션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패션의 본질이 옷 자체에서 커뮤니티와 문화적 가치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비즈니스의 외연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핵심은 패션 기업의 제조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짜인 독창적인 세계관이 글로벌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팬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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