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축이 과거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 대량 구매에서 현지 문화 체험과 식음료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세업계의 상품 기획(MD) 전략도 전면적인 수정 단계를 밟는 추세다. 매출 단가가 높은 고가 브랜드 중심의 매장 구성만으로는 다변화된 인바운드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주요 면세점들은 공항점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하며 객단가 방어와 집객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적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인바운드 관광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면세점의 공간 재배치를 강제하는 핵심 요인이다. 단체 관광객 중심의 쇼핑 구조가 개별 여행객 체제로 재편되면서 전통적인 면세 인기 품목의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일상적인 K-푸드와 프리미엄 식음료에 대한 지출 비중은 상승했다. 면세사업자 입장에서 F&B 카테고리는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핵심 앵커 테넌트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통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은 자사 인프라를 활용한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를 독점 공급하거나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갖춘 중소·중견 브랜드를 발굴해 매장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면세점 공간이 고가 패션 브랜드의 전시장 역할에서 한국의 식문화를 소비하는 체험형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뀌는 배경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2터미널점에 위치한 식품 전용 구역인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에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 ‘조선호텔 김치’를 입점시켰다.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국내산 원재료를 강조한 프리미엄 상품군을 배치해 해외 관광객의 고품질 한식 수요를 정조준했다. 특히 여행객의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파우치형과 용기형으로 용량을 이원화함으로써 상품의 구매 장벽을 낮추는 물류 전략을 결합했다.
롯데면세점은 김포국제공항점에 한국형 헤리티지 커피 브랜드 ‘세자커피’를 입점시키며 단거리 노선 이용객 공략에 나섰다. 1896년 조선 왕실의 커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텔링과 볶음쌀 블렌딩 기법, 제로슈거 레시피를 적용해 일반 음료가 아닌 귀국 선물용 기념품군으로 포지셔닝했다.

세자커피의 운영사 디딛에 따르면, 앞서 입점한 김해국제공항 롯데면세점 매장에서 초기 12일간 시음 고객을 분석한 결과 방문객의 28%가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높은 전환율을 기록했다. 이는 스낵 및 음료 카테고리가 면세 채널에서 강력한 목적 구매 상품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F&B MD의 전면 배치는 면세점의 수익 구조 안정화와 직결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경우 면세사업자의 협상력이 낮고 수수료율 요인이 까다로운 반면, 식품 및 기념품 카테고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어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한다. 또한 공항 면세점의 제한된 체류 시간 동안 시음과 시식을 통한 즉각적인 구매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플랫폼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카테고리로 평가받는다.
향후 면세업계의 경쟁력은 국경을 넘는 관광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식음료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브랜드와 유통사는 단순히 기성 제품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항 면세 채널에 최적화된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적인 서사를 담은 전용 상품을 공동 기획하는 등 D2C 협업 모델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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