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테일 시장에서 K-푸드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라면, 떡볶이, 냉동 김밥 등 탄수화물 위주의 간편 가공식품이 이끌던 1차 수출 웨이브를 지나, 최근에는 삼계탕과 홍삼으로 대표되는 ‘K-보양식(건강식)’이 새로운 핵심 카테고리로 부상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색 스낵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착된 웰니스(Wellness) 트렌드와 맞물려 일어난 구조적 현상이다. 북미와 유럽의 대형 유통사들은 K-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확보한 한국산 건강기능식품과 보양 간편식을 아시아 식품 코너의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유통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식품을 통한 예방적 건강관리’다. 과거 서구권 리테일 채널에서 아시아 식품은 주로 저렴하고 자극적인 맛을 찾는 니치(Niche) 시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북미와 유럽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아시아 식품 코너에 면역력 강화와 기력 회복을 돕는 기능성 제품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이러한 유통 구조의 변화는 국내 식품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한국인들의 일상적인 건강 관리법과 식문화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한국의 보양식과 전통 원료에 대한 서구권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유통사 입장에서도 단가가 낮고 회전율에 의존해야 하는 일반 가공식품 대비, 프리미엄 가격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보양식과 건강기능식품은 매장 내 객단가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상품군이다.

에스닉 마켓 거쳐 B2B 메인 채널로 진입하는 기업들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은 현지 대형 유통망을 공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이달 중 가정간편식(HMR) ‘영양삼계탕’ 초도 물량 약 8000봉을 미국으로 출항시키며 본격적인 북미 진출을 알렸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유통 채널 진입 전략이다.
신세계푸드는 국내에서 연간 50만 개 판매로 상품성을 검증받은 제품을 미국 내 메가마트, 한남체인 등 대형 한인 마트를 비롯해 99 랜치(99 Ranch), 도쿄 센트럴(Tokyo Central) 등 100여 개의 대표 에스닉 마켓(특정 인종·국가 타깃 마켓) 오프라인 매장에 우선 공급한다.
북미 리테일 시장에서 에스닉 마켓은 주류 유통망(Mainstream)으로 넘어가기 전, 타민족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확보하고 콜드체인 물류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필수적인 교두보 역할을 한다. 신세계푸드는 이 채널에서의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제품 라인업과 현지 주류 유통망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전통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이 B2B 채널을 강하게 두드리고 있다. 고려원인삼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 파리 2026’에 참가해 유의미한 B2B 계약 논의를 이끌어냈다. B2C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음 행사가 첫날 전량 소진될 만큼 반응이 뜨거웠고, 이는 곧바로 현지 유통 바이어들의 수입 타진으로 이어졌다.

현지 소비자들이 K-드라마를 통해 한국인이 홍삼을 섭취하는 방식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들이 추가적인 소비자 교육 비용 없이 신규 제품을 도입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기존 거래처들 역시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유럽 대형마트 내 건강식품 코너에서 한국산 홍삼 제품의 매대 점유율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유통 채널에서 K-보양식의 약진은 일시적인 프로모션 행사나 팝업 스토어 수준을 넘어, 정규 매대(Permanent Display)를 차지하는 구조적 단계로 진입했다. 국내 식품 및 유통 기업들은 이제 수출 초기 단계의 ‘한국적인 맛’을 강조하는 마케팅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지 소비자의 식습관에 맞춘 취식 편의성 개선, 글로벌 식품 안전 인증 확보, 그리고 현지 유통 파트너와의 데이터 공유를 통한 재고 관리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향후 K-푸드의 글로벌 수익성은 프리미엄 카테고리인 건강식과 보양식 시장을 누가 먼저, 얼마나 넓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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