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0월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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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맞은 간편결제 시장, 누가 웃을까

우후죽순 생기는 ‘○○ 페이’ 격해지는 간편결제 경쟁

‘간편결제’가 리테일 산업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1위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컬리페이’를 출시했다.

컬리페이는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컬리 앱에서 본인 명의 카드나 계좌를 결제 수단으로 등록하면 컬리 내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이다. 컬리 자회사인 컬리페이가 개발했다. 컬리는 지난 2021년 9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 ‘페이봇’을 인수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 진출 의향을 내비쳤다. 컬리페이는 페이봇이 이름을 바꾼 회사다.

컬리는 컬리페이 출시와 더불어 전용 신용카드인 ‘BC바로 컬리카드’도 출시했다. 컬리페이에 컬리카드를 등록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12%를 적립해준다. 컬리는 하반기에는 컬리페이에 선불 충전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컬리의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은 업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간편결제는 사용자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고객의 주문 관련 요청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서다. 플랫폼에 입점한 파트너사와의 정산 관련 문의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고객 데이터 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애플페이’가 지난 3월 국내에 출시돼 간편결제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인터넷 캡처)

간편결제란 신용카드 등 결제정보를 앱이나 웹에 미리 등록하고 간편한 인증(생체인증, 간편비밀번호 등)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결제 수단(신용카드, 은행계좌 등)과 결제 처리 방식에 따라 여러 유형이 있다. 자사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페이’라고 이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빠른 배송이 강점인 마켓컬리가 결제 편의성까지 확보하면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작업실패 이후 주춤했던 성장세가 페이 서비스 런칭
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 리테일 산업을 들썩이게 한 또 하나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애플페이’다. 애플페이는 전 세계 이용자 5억명, 결제 규모 6조 달러(2021년 기준)가 넘는 초대형 서비스다.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비자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7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그간 한국 상륙을 두고는 출시·무산 등의 말만 무성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10위권 국가 가운데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이유는 애플페이가 한국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보안성과 안정성 관련 요구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출시를 허가하면서 뒤늦게 현실화했다. 그렇게 2023년 3월 21일 오전부터 애플페이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3월 애플페이가 출시된 후 공항철도, 파라디이스호텔 등 다양한 업체에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은 여러모로 이슈를 모았다. 특히 업계에선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페이와의 경쟁구도에 주목했다. 간편결제 시스템이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해 결제한다는 점이 같았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는 휴대전화 메인화면 하단을 슬라이드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편의성 때문에 가장 많은 한국인이 쓰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2015년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지 8년이 지난 가운데 삼성페이의 사용 누적 금액은 219조원(2월 말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됐다. 다만 애플페이의 성공여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다. 애플 아이폰의 충성 고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애플페이의 국내 공략이 순조롭다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애플페이, ‘nFc’·‘현대카드 only’란 단점

현대카드는 단독으로 애플과 손잡고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해 신규 카드 가입자수가 급증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다. (인터넷캡처)

가장 뚜렷한 한계는 사용처가 제한됐다는 점이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만 사용이 가능한데, 문제는 한국은 NFC 단말기 보급률이 낮다. 근거리 무선통신을 뜻하는 NFC는 모바일 교통카드에도 흔히 사용되는 통신 방식이다. 해외에선 애플페이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비접촉 결제에도 자주 사용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NFC 결제 방식 대신 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마그네틱 방식이나, 카드를 꼽아서 결제하는 IC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삼성페이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페이는 카드를 긁을 때 발생하는 자기장 신호를 모방하는 MST 방식으로 마그네틱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카드를 긁지 않아도 카드를 긁은 것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덕분에 삼성페이는 국내 거의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애플페이가 출시되기 이전 조사결과 MZ 세대들은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자료제공 비즈워치)

반면 애플페이를 쓸 수 있는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업계에서 파악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대표적인 가맹점은 코스트코, 홈플러스, 롯데계열사(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SPC그룹(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베스킨라빈스 등),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이디야커피, 맥도날드, 편의점 3사 등이다.

대표적인 유통채널인 신세계그룹 계열 매장(스타벅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다. 또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결제의 범용성’만 따지면 삼성페이가 애플페이를 압도하는 셈이다. 애플페이의 제휴카드가 현대카드 한 곳뿐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다른 카드사에서도 애플페이 출시가 가능하긴 하지만 현재 제휴된 애플페이 사용처는 아직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결국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쓰는 고객만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매장에서 실물카드 없이 애플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조건 속에서도 애플페이는여러 흥행 이슈를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플페이의 유일한 제휴사인 현대카드는 이미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전업 7개 카드사 월별 개인 회원 수 순증 규모 1위를 5월부터 12월까지 독차지한 게 현대카드였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설이 고개를 들면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거 현대카드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에는 홀로 10만6000명의 회원을 늘렸다. 순증 회원이 두 번째로 많았던 KB국민카드(4만8000명)를 크게 웃도는 규모였다.

◇ 현대카드, 애플페이 3주만에 200만건 등록
애플페이가 출시 3주 만에 등록 카드 기준 200만건을 돌파한 것도 흥미로운 이슈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직접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애플페이 런칭 3주째’라며 ‘가입토큰수는 200만 돌파, 가입자 이용률은 60%, NFC단말기는 품귀현상’이라고 밝혔다.

또 애플페이는 출시 이후 롯데와 손잡고 대규모 프로모션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그룹의 8개 유통사가 총출동하는 쇼핑 축제 ‘롯키데이(4월 13~26일)’를 진행했는데, 애플이 파트너 회사로 참여했다. 롯키데이 기간 동안 롯데유통사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한 합산 금액이 10만원 이상일 경우 1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단일 결제 시 혜택을 주는 일반적인 캐시백 행사와 달리 행사 기간 14일 동안 결제한 합산 금액을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액 결제가 잦은 MZ세대 고객에게 높은 호응을 얻어냈다. 이처럼 애플페이의 미래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의 충성 고객 대부분이 미래 소비층인 젊은 세대인 점도 더욱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내에선 10대들 사이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게 일종의 ‘또래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의 2022년 스마트폰 브랜드 설문조사를 보면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20.0%로 삼성 갤럭시 사용자 66.0%보다 비중이 적었다. 하지만 18~29세를 대상으로 하면 결과가 달라졌다. 18~29세 응답자 중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전체의 52.0%로 44.0%인 갤럭시를 제쳤다. 다음엔 어떤 스마트폰을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에서도 18~29세 응답자의 53.0%가 애플 아이폰을 꼽았다.

애플페이는 애플워치에서 통신이 끊겨도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롯데 그룹, SPC 그룹 등의 유통 대기업들이 가장 먼저 손을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페이 출시 이후) MZ세대나 알파세대를 주 고객으로 삼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등 소매점이 NFC 단말기 설치를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NFC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를 근거로 애플페이의 간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은 15%, 일평균 총 거래금액은 올해 말까지 1000억원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체 아이폰 이용자 중 약 700만명이 여타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애플페이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 때문인지 최근 삼성페이도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애플페이 출시 전후로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애플페이 국내 출시 이틀 뒤인 3월 23일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 단말기에서 네이버페이로도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네이버페이 앱에서 삼성페이로 2000원 이상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2000 포인트를 즉시 지급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삼성페이가 삼성카드 아닌 다른 금융사와 협업한 전례가 없었기에 애플페이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적 협업이란 분석이 나왔다.

◇ 하루 평균 결제금액 7000억원의 시장
간편결제 시스템을 둘러싸고 시장이 떠들썩한 건 지갑 없는 시대가 그만큼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확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증가, 바이오 인증 기술 확대 등으로 간편결제가 일반화했다. 외출할 때 지갑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이미 도래한 셈이다.

애플페이와 컬리페이는 냉정히 따지면 후발주자다. 삼성페이 뿐만 아니라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신한페이·제로페이·쿠팡페이·쓱페이·배민페이·SK페이·L페이(롯데)·스마일페이 등 기업과 정부가 출시한 간편결제 시스템은 숱하게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54개다.포털·핀테크사(37개), 금융사(15개), 스마트폰제조사(2개)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어난 건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평균 거래액이 2019년 상반기 2876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7326억원으로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하루 평균 이용실적 역시 2342만건으로 상당하다. 한국 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결제액은 2021년 기준 221조원으로 5년간 연평균57% 늘어나면서 국내 민간 결제액(1000조원)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 서비스가 난립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업체별로 제공하는 혜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간편결제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 가령, 쿠팡에서 물건을 살 땐 쿠팡페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삼성페이 서비스를 쓰는 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인이나 적립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면 플랫폼에서 추천하는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식”이라면서 “주로 쓰는 신용카드는 기껏해야 한두장인데 이와 연동된 간편결제 앱은 4~5개가 넘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전개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격세지감”이라면서 “예전엔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기 위해 뛰어다녀야 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역으로 신용카드사에서 러브콜이 오는 일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결제 서비스와 뭐가 다르냐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이를 비웃고 있다. 결제시장 안팎에선 ‘메인 플레이어가 카드에서 페이로 교체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국내 대표 VAN 제공업체인 나이스정보통신이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국민이 인터넷 쇼핑할 때 이용한 결제 수단에서 신용카드 비중이 큰 폭으로 줄고 간편결제 비중이 이를 대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에서 사용된 결제 수단에서 신용카드 비중은 2021년 74.5%에서 63.8%로 10.7%포인트 감소했다.

체크카드·직불카드 결제 비율도 28.9%에서 26.4%로 줄었다. 반면 간편결제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산 비율은 40.8%에서 56.1%로 15.3% 증가하며 카드 결제를 대체한 것으로 분석됐다.

◇ 간편결제 수수료 해법 풀기 어려워
한국의 간편결제 산업이 이렇게 몸집은 커졌지만, 아직 독과점이라고 할 만한 사업자는 없다. 50개가 넘는 사업자가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사업자도 많지 않다. 간편결제 사업자가 소비자의 결제 방식을 편리하게 만들었음에도 결제 수수료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 결제시스템의 순서를 보자.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소비자→가맹점→밴사(VAN·단말기 및 결제대행업체)→카드사 순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단계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물건을 사면 가맹점이 카드사에 줄 수수료 30원을 부담하고, 카드사는 이중 10원을 밴사에 준다. 나머지 20원은 카드사의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스템은 여기서 간편결제 사업자가 끼어드는 식으로 진행된다. 결제 과정은 소비자→간편결제→가맹점→밴사→카드사로 한 단계 더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컬리페이’를 출시했다. 컬리 자회사인 ㈜컬리페이가가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자체 보안시스템을 구축했다.

결제는 똑같이 하는데, 수수료를 더 많은 사업자와 나눠야 하다보니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제휴 카드사와 사용처를 늘려왔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지난 8년간 별도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간편결제 시장의 신흥 강자로 평가받는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이런 구도도 바뀌게 됐다.

애플페이는 결제수수료로 건당 0.1~0.15%를 책정했다. 애플페이의 제휴 카드사가 현대카드 밖에 없는 것도 이 수수료 때문이었다.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바로 카드사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결제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소비자·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은 가뜩이나 결제 수수료가 많지 않은데, 이를 다시 애플페이와 나누려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페이 역시 애플페이 출시를 계기로 최근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카드사 실무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카드사에 수수료를 받지 않았지만 향후 재계약 시 애플페이가 현대카드로부터 받는 0.15%의 수수료를 동일하게 청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페이는 신분 확인 서비스, 디지털 키(도어락) 서비스 등 차별화된 기능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산업의 성장이 카드사 입장에선 우려되긴 하지만 카드사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은 카드사와 페이업체의 관계는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면서 “다만 지금처럼 간편결제 업체의 입김이 세지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사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와 연동하지 않는 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 역시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방식의 대표주자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4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은 간편결제사 자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미리 돈을 넣어놔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카드사의 체크카드 결제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수수료는 이들 간편결제 사업자가 직접 정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기업의 수수료율을 각사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했다. 기업들 간의 ‘눈치게임’을 벌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수수료를 무작정 올렸다간 ‘수수료율 1등’ 기업이란 낙인이 찍히게 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아지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사업자도 생겼다. 바로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최근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쓱페이·스마일페이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쓱페이는 신세계가 2015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계열사에서 쓸 수 있게 런칭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스타벅스와 이마트24, SSG닷컴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스마일페이는 신세계가 지난 2021년 인수한 이베코리아 산하 지마켓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업계에선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자 신세계그룹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가운데 간편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비용 역시 부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는 현재의 상황과 달리 수년 뒤에는 가장 편리한 간편결제 서비스 몇 개로 추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결제는 그저 수단일 뿐 진짜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라면서 “고객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 개발로 나아가는 게 간편결제 사업자의 진짜 목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간편결제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단순한 결제 기능을 넘어 문화·금융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거듭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나이별·성별소비 패턴과 취향 등 개별화된 데이터 분석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며 디지털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

신세계 그룹이 서비스 중인 지마켓의 스마일페이와 쓱닷컴의 쓱페이는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강자인 삼성페이 역시 결제 수단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추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이나 자동차키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키, 가상 자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조회, 항공권과 영화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티켓 서비스 등의 기능도 담았다.

이밖에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와 고교·혁신 공유 대학 학생증도 삼성페이 안에 들어오면서 갤럭시 스마트폰만 있으면 신원 확인이나 성인 인증까지도 가능해졌다. 예컨대 제주도 여행을 하러 공항으로 갈 때도 실물 신분증·항공권·신용카드 없이 삼성페이만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애플페이를 비롯한 경쟁 서비스들 역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추가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어떤 페이가 혼전을 거듭하는 한국 간편결제 시장을 석권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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