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마을 창신동
절벽마을이라 불리는 창신동, 아마 창신동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동네가 아닐까? 그 덕에 개방형 하늘에 탁 트인 시야,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창신동의 장점이기도 하다.
굽이굽이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 사람들은 도대체 이 낯설고 오기 힘든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건지 의문스러움이 들 때쯤 만나게 되는 절경과 드넓게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 아, 다 이유가 있구나 납득이 된다.
창신동은 동대문에서 낙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철거 대신 도시 재생을 택하고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여 전히 낡고 빛바랜 모습이다. 좁디 좁은 골목길 사이로 오래된 주택과 건물들이 촘촘하게 줄을 지어 서 있어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이 대부분이다.
서울에서 어쩌면 가장 노후되고, 낙후된 곳. 접근성마저 떨어지는 이 곳에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오며 북적이기 시작했다. 어떤 곳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이 곳으로 이끌고 있는지 창신동 골목길 곳곳을 누비며 들여다봤다.
◇ 디자인 스튜디오 하우스, 글로우서울
창신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곳은 글로우서울이다. 글로우서울은 이미 익선동 일대 온천집, 청수당, 살라댕방콕 등을 내세워 아무것도 없던 익선동 상권을 새로운 상권으로 탈바꿈시키고 최근 창신동 일대까지 접수에 나섰다. 상권과 입지를 따지지 않고 콘텐츠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어내고 계속적인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글로우서울은 대체 어떤 회사일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단순한 F&B 회사로 알고 있지만 글로우서울은 ‘공간 솔루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글로우서울이 다른 기업과 차별점이 있다면 글로우서울의 역할은 단순한 시공이나 기획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 허준 CMO는 공간 부지를 선정하고 건물을 올리기 전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인지, 정체성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완성도 높은 하나의 공간을 빌드업하는 것이 글로우서울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 시공팀부터 영상팀, 미술팀, 조경팀 등 다양한 팀이 구성돼 서로 간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통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 또한 글로우서울의 강점이다.
공간의 설계부터 기획, 디자인과 시공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다 보니 원작자의 의도를 왜곡 없이 잘 살려내는 것은 물론 원활한 의사소통까지 이뤄진다. 자연스럽게 스피드적인 부분까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글로우서울이 운영하고 있는 F&B 사업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에는 고령화사회와 맞물린 저출산율로 증가하고 있는 죽은 도시들과 지방의 낙후된 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소외된 지역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또 기존 공간들에 대한 가치를 디벨롭시키고 공간에 대한 미래적 자양분을 만들어가는 디자인 스튜디오 하우스를 지향하고 있다. 공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번엔 글로우서울이 창신동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공간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찾아가 보려 한다.
힐링의 공간, 우물집
작년 10월 말 가오픈을 시작으로 문을 연 우물집은 말 그대로 실제 100년 된 우물이 있던 자리에 모티브를 얻어 세워진 공간이다. 100년의 시공간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우물집은 이제 창신동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2개의 층으로 구성된 우물집은 졸졸졸 흘러가는 물소리, 원형창을 통해 보여지는 액자 같은 풍경, 그저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것만 같은 공간으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구조도 특이하다.
칸칸이 룸으로 나눠진 공간은 프라이빗한 식사시간을 제공하는데 이런 공간이 나올 수 있었던 히스토리가 있다. 이 곳은 이전에 총 12세대가 거주하던 다세대주택으로 달방의 형태로 세를 놓던 공간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방이었던 공간이 이제는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멋없이 우물만 덩그러니 있던 공간도 조경작업을 통해 어울리는 식물을 정성스럽게 옮겨 심어주고 수경공간을 연출해 낭만과 운치가 가득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디테일 하나하나를 살려준 덕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선물과 같은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마치 일본의 고급 료칸에 와있는 느낌까지 안겨준다.

전골과 솥밥 전문점으로 단아하면서도 풍성하게 차려지는 가정식 느낌의 한 상 차림은 비주얼도 좋고 맛도 좋아 손님을 모시거나 미팅을 하기에도 적당한 장소이다. 한번 방문한 이들도 높은 재방문율을 드러낼 정도로 분위기가 독보적이다. 늘 풀 부킹으로 예약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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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길 200
영업시간 매일 11 : 30 ~ 21 : 00
(15 : 00 ~ 17 : 00 브레이크 타임)
주택 밀림 사이, 진짜 밀림

골목 사이 사이를 뒤져서 찾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이런 곳에 식당에 있다고? 자기확신 없이 들어선 좁다란 입구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하나의 나무 문을 만나게 된다. 버튼을 눌러 열리는 방식이지만 뭔가 ‘드르륵’하고 열리는 모양새가 재미있어 다시 나가 한 번 더 눌러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해 본다. ‘열려라, 참깨!’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보물이 숨겨져 있는 동굴 문을 여는 주문이다. 그렇게 열려진 문을 따라 들어가면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불상과 함께 다소 낯선 음악소리가 들리고 특유의 향을 만나게 된다. 뭔가 신비로운 공간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다시 바깥 공간을 통해 2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밀림’이라는 이름답게 식물로 가득 채워진 숲속 같은 공간이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전면의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은 힘들게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했다. 밀림 속에서 만나게 되는 진풍경이다.

태국의 어느 한 리조트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밀림은 다양한 메뉴로도 눈길을 끈다. 대표 메뉴로는 절벽 같은 비주얼을 담고 있는 치앙마이 뼈찜이 있다. 큼직한 뼈를 통째 쪄내어 치앙마이만의 소스와 함께 즐기는 요리이다. 압도적인 비주얼로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누르게 만든다. 쉬림프 팟타이는 신선한 새우와 함께 새콤함과 단짠의 조합이 잘 어우러져 무난하면서도 부담없이 시킬 수 있는 메뉴이다.
그 외에도 치앙마이 오리엔탈 3단 바스켓은 1단은 가리비 그라탕, 멘보샤, 레몬 그라스 포크 사태, 야채 춘권, 자색 고구마 춘권, 2단은 대나무 잎밥, 멍빈 누들 샐러드, 자몽 쏨땀, 3단은 과일 세트로 이뤄진 다양한 식재료의 조합으로 그야말로 화려하게 SNS를 장식할 수 있다. 푸팟퐁커리 역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소프트 크랩에 라이스 페이퍼를 더해 비주얼과 맛을 동시에 잡았다.
소문대로 뷰맛집, 비주얼맛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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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6나길 17-6
영업시간 매일 11 : 30 ~ 21 : 00
(15 : 00 ~ 17 : 00 브레이크 타임)
우유소 자리에 치즈공업사

밀림의 이웃집인 ‘치즈공업사’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동그란 모양으로 구멍을 낸 문은 마치 치즈 조각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입구에서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치즈공업사 자리는 원래 왕실에 우유를 납품하던 ‘우유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이에 ‘우유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치즈라는 주제를 이끌어내고 ‘치즈는 유럽이지’라는 생각에 ‘남프랑스풍 공간을 만들어 치즈 요리를 해보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존에 있던 공간의 히스토리에 새로운 히스토리가 얹어져 재탄생한 치즈공업사이다.

치즈공업사는 단순히 치즈로 만든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즈공업사에서 직접 만든 치즈로 메뉴를 구성했다. 대표 메뉴인 우유크림 라구파스타는 라구파스타로 먹다 우유를 부어 로제파스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칠리 콘카르네는 수비드 한 폴드 포크를 잘게 찢어 샐러리와 판넬, 레드 빈 등을 듬뿍 넣어 끓인 스튜로 사장님의 추천 메뉴다. 피자는 화덕에서 직접 굽고 있다. 인근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무엇보다 치즈공업사의 강점은 치즈공업사만이 갖고 있는 남프랑스 느낌의 분위기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마구간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은 낭만과 따뜻함이 깃들여져 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선택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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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6나길 17
영업시간 월,화,수,금,토,일
(매주 수, 목요일 휴무)
11 : 30 ~ 21 : 00
(15 : 00 ~ 17 : 00 브레이크 타임)
서울시 홍콩동, 창창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 제목처럼 창창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고 그 뒤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은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이다.
마치 홍콩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란콰이퐁처럼 노천에도 테이블을 깔아 야경을 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마련해 놓았다.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오래된 공중전화기 한 대가 놓여있다.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듯 공중전화기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면 철가방을 든 종업원이 음식을 배달해준다. 매장에서 배달해 먹는 재미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실내 한쪽 벽면은 빈티지 포스터가 가득 붙여져 있는데 시간의 흔적을 주기 위해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며 낡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반대쪽으로 들어가면 철제문이 내려와 있는데 홍콩의 길거리를 그대로 구현해 놓아 실제 홍콩의 어느 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품의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을 쓴 모습에 무한한 감동까지 느껴진다.

인기메뉴로는 꿔바로우와 통삼겹 동파육, 라즈지 등이 있다. 그 외 마늘쫑 자장면과 같은 캐주얼한 중식 메뉴도 찾아볼 수 있다. 여름밤은 길다. 긴 여름밤, 홍콩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창창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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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 종로구 창신12길 37
영업시간 화, 수, 목, 금, 토, 일
(매주 월요일 휴무)
12 : 30 ~ 22 : 00
(15 : 00 ~ 17 : 00 브레이크 타임)
한국식 도넛, 도넛정수

누가 이런 산동네에 이렇게 뷰가 좋은 도넛 카페가 숨어있다고 생각할까? 통유리창에 남산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정수도넛은 한국식 도넛 맛집이다. 막걸리 효모를 발효해 반죽한 특색 있는 도넛이다.
개성의 전통 한과인 주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개성도넛, 타락죽을 만들 때 우유를 졸이는 것처럼 밀크 소스를 뿌려 만든 타락도넛이 이 곳의 시그니처 도넛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우도 땅콩이라든지, 논산 딸기, 강원도 햇감자 같은 각 지역 특산물을 배경으로 만든 도넛들은 한국적인 요소를 찾아가려 했던 도넛정수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기존에 있던 주택 건물을 리모델링 하며 목조를 메인 테마로 사용해 한국적인 미를 가미했다. 도넛이라고 하면 뭔가 뉴욕이나 영국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젠 창신동에서 한국적인 맛의 도넛을 만나볼 수 있다.
감미로운 커피 한잔과 달콤한 도넛, 그리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근사한 뷰. 이 삼합의 조합이 궁금하다면 도넛정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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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 종로구 창신12길 40
영업시간 매일 11 : 30 ~ 21 : 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