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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1등은 없다’ 뒤집힌 유통업계 1위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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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1등은 없다’ 뒤집힌 유통업계 1위는 어디?

F&B 시장 뜨겁게 달군 불닭…리테일 끝판왕 쿠팡 등극

식품업계 대장주는 어디일까.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CJ제일제당을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식품 회사로 CJ제일제당이 꼽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 조미료, 장류 등 다양한 식품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다 한식 관련 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비비고’라는 브랜드가 세계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식품 기업 중에선 실제로 가장 매출 수준이 높기도 하고, 지난 17년동안 가장 시가총액이 높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의외의 기업이 식품업계 대장주로 올라섰다. 바로 삼양식품이다. 이 회사 주가는 5월 16일 종가 기준 117만 5000원이다. 전일보다 18% 넘게 뛰며 마침내 100만원 선을 넘어섰다. 식품 업종 주식이 100만원을 넘은 건 국내 증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연초 70만원대였던 삼양식품 주가는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열풍을 타고 매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당연히 시가총액도 급등했다. 삼양식품의 시총은 약 8조8500억원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을 제치고 ‘식품 대장주’로 올라선 뒤 반년 만에 시총 격차를 두 배 넘게 벌렸다. 현재 CJ제일제당의 시총은 3조6000억 원대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반면, 삼양식품은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47위에 오르며 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을 제쳤고 LG·삼성SDS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에 대해 ‘면비디아’라는 별명도 붙였다. 엔비디아처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라면주라는 의미다. 주가 급등 배경엔 1분기 실적이 뒷받침됐다. 연결 기준 매출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67% 증가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이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5%다. 전통 식품업체가 이익률 25%를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업이익이 높은 편인 온라인 서비스 기반의 카카오엔터·넷플릭스 업체보다도 높다.

이 차별화는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글로벌 돌풍 덕분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불닭 챌린지’는 100여 개국으로 확산됐고, 유튜브·틱톡을 통해 매운맛에 도전하는 영상이 쇄도했다. 방탄소년단 지민이 즐겨 먹는다고 알려지면서 K팝 팬덤에까지 번진 게 결정타였다. 이 덕분에 지난해 연 매출은 3593억원에서 1조7280억원으로 5배가량 뛰었다.

특히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은 4240억원(전년 대비 47%↑), 매출 비중은 80%로, 국내 매출을 압도한다. 현지 법인·물류 파트너와 협업해 미국·중국·동남아에 생산·물류 거점을 확대하면서 수출 기반을 공고히 했다.

김정수 부회장이 보유 주식 4만2362주(0.56%)를 지주사로 이전해 지배구조 안정 의지를 표명한 점도 주가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지분 이동이 아니라 책임경영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며 “시장에선 기업가치 제고 신호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7월 밀양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불닭 생산량을 늘리고, 유럽·중남미 등 신규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지화 제품 개발·마케팅 강화로 또 한 번의 주가 레이스를 예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7월 본격 가동하는 밀양 2공장에 이어 2027년부터 가동될 중국 공장 증설 효과까지 고려하면 성장 여력이 여전하단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의 목표주가는 어느덧 최고 170만원까지 상향됐다. 삼양식품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식품업계 대장주가 아닌 라면 시장에서도 농심과 오뚜기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이렇듯 한국 유통업계에서는 1위가 되는 것보다 1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소비자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스타트업·글로벌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며, 정책·물류·기술 변화에 따라 경쟁 구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1980년대 대형마트의 등장 이후 백화점, 편의점, 이커머스, 배달앱, 물류 기업까지 산업의 ‘왕관’은 늘 주인이 바뀌어 왔다. 최근 주목받는 삼양식품의 ‘황제주’ 등극 역시 이런 발 빠른 변화와 무관치 않다.

롯데백화점의 업계 1위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 롯데 vs 신세계… 자존심 걸린 ‘왕좌 쟁탈전’ 시작됐다
유통업계 자존심이 걸린 가장 치열한 전쟁은 ‘백화점 경쟁’이다. 1979년 소공동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이 44년 동안 업계 1위를 지켜왔는데, 최근 들어 신세계백화점이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아직 롯데쇼핑의 1위 자리는 공고하다. 롯데쇼핑의 백화점 부문은 2024년 매출 3조319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신세계의 백화점 부문 매출은 3.5% 늘어난 2조6474억원을 올렸다.

아직 롯데가 우위에 있지만, 추세를 보면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약 1조 2300억원이었던 양측의 매출 격차가 6700억원까지 줄었다. 이 속도라면 머지않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롯데의 강점은 전국 31개 점포를 운영하는 ‘다(多)점포 전략’이다. 본점·잠실 등의 핵심 점포는 매년 조 단위 매출을 올리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하위권 매장도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백화점 매출 순위 50위 이하에 롯데 지점이 13곳이나 포함된 것이 그 방증이다.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롯데는 이미 마산점을 닫았고,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는 등 열 곳이 넘는 부진 점포에 대한 축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를 선도해 왔던 롯데백화점이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조닝)

반면 신세계는 점포 수(13개)가 롯데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강남·센텀시티·대구·대전 등 핵심 상권에 ‘랜드마크 매장’을 집중 배치해 매출 몰이를 하고 있다. 2018년 강남점을 증축한 뒤 2019년 롯데 본점을 제치더니, 작년과 올해 연속 3조 원 매출을 돌파했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2년 연속 2조원 클럽에 가입했으며, 대전점은 지난해 9500억원을 넘겨 지역 1위 자리를 꿰찼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하이브리드 쇼핑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럭셔리 명품과 체험형 매장, F&B(푸드 앤 비버리지) 공간을 강화한 신세계가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한 반면, 롯데는 전통 백화점 포맷 중심으로 대응해 속도를 내지 못한 면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강남·센텀 등 주요 점포의 매출 고공 행진이 신세계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해당 매장들은 매장 면적 대비 매출 효율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롯데백화점이 2030을 타깃으로 재편되고 있는 백화점업계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신세계푸드조닝)

롯데도 여기에 맞서 미래형 복합 공간 ‘타임빌라스’를 최전선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수원점 개장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송도·수성·상암·부산 등 13개 점포를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백화점과 쇼핑몰, 문화 공간을 결합한 이 새로운 포맷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고객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또한 기존 주력 매장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은 럭셔리·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해 수성을 노린다. 잠실점은 올해 리뉴얼을 시작해 2027년 국내 최초로 연간 4조원 매출 백화점에 도전한다. 37년 만의 대규모 공사로 식품관과 명품관의 변신을 꾀한다.

물론 양사 모두 과제가 남아 있다. 롯데는 다점포 전략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관리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신세계는 한정된 점포를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내 백화점 시장은 포화 상태이지만 여전히 1위가 되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신세계백화점의 업계 1위 추격이 거세다. (사진 신세계 명동점)

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는 ‘온라인이 중심이니 오프라인은 체험형으로’라는 뚜렷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력이 빠르다”며 “롯데는 대형 오프라인 망을 기반으로 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 중이지만, 소비자 체감 속도는 신세계 쪽이 앞선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1위 자리 역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콘텐츠’와 ‘경험’을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하느냐가 판세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1위 자리 놓고…CU와 GS25 양강 구도
편의점 업계도 1위 왕관을 둘러싼 쟁탈전이 뜨겁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점포 수 기준으로 CU와 GS25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점포 수 등 각기 다른 지표에서 번갈아 우위를 점하며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한때 17년 연속 점포 수 1위를 지켰던 CU는 2019년 GS25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CU는 곧장 반격에 나섰다. 2023년 말 기준 점포 수는 1만4923개로, GS25보다 235개 많았다. CU는 다시금 점포 수 기준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편의점업계 2강인 GS25와 CU의 ‘1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반면 매출에서는 GS25가 근소하게 앞섰다. GS리테일 공시에 따르면 GS25의 지난해 매출은 8조 6661억원으로, CU보다 500억~800억원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격차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9년 9130억원이던 매출 차이는 2023년 1000억원 미만으로 좁혀졌고, 올해는 CU가 매출까지 따라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점포 수와 영업이익 측면에선 CU가 GS25를 앞지르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영업이익 2516억원을 기록한 반면,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은 1946억원에 그쳤다. CU가 비용 관리와 수익성 면에서 한발 앞선 셈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양사의 전략 차이다. GS25는 신규 출점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했고, CU는 기존 점포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GS25의 매출 증가는 감가상각비, 광고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동반했고,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CU는 지난해 생과일 하이볼과 간편식, 디저트 등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CU는 소형 점포의 재배치와 물류 효율화, 프랜차이즈 지원 강화를 통해 탄탄한 손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점포 수 경쟁도 여전히 팽팽하다. 지난해 CU는 696개, GS25는 722개 점포를 새로 열며 확장 기조를 이어갔다. GS25는 서울과 수도권에 강점을, CU는 지방과 중소도시에 강한 분포를 보인다. 단일 기준만으로는 승패를 가리기 어렵고, 복합적인 지표가 업계의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결국 편의점 업계의 ‘1위’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닌, 브랜드 충성도, 상품 기획력, 가맹점주 만족도, 물류 인프라 등 다면적 경쟁력을 종합한 결과다. 그 어느 때보다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를 시장이란 얘기다. CU와 GS25는 출점 숫자를 넘어 ‘고객 경험’에서 최후의 승부를 펼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누가 더 기민하게 소비자 일상에 파고 들 수 있느냐가 다음 1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배달앱, 이제는 음식 배달 넘어…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음식을 배달하는 기능을 넘어, 이커머스, 물류, 콘텐츠, 결제, 구독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목표를 잡은 배달의민족(배민)과, ‘리테일 끝판왕’을 지향하는 쿠팡의 배달 앱 ‘쿠팡이츠’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업계의 속도를 재정의하고, 소비자의 기대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배민은 여전히 1위다. 와이즈앱·리테일의 2025년 3월 데이터에 따르면, 배민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2238만 명으로, 2위인 쿠팡이츠(1101만 명)의 두 배를 웃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쿠팡이츠 쪽이 훨씬 가파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550만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 수가 이제 요기요를 제치고 확실한 2위 자리를 구축했다.

‘고객 경험’ 측면에선 이미 쿠팡이츠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기준 쿠팡이츠는 종합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배달 품질, 앱 사용 편의성, 결제 시스템, 고객 응대 등 6개 항목 중 5개에서 최고점을 받았고, 특히 쿠팡 와우 멤버십을 통한 ‘무료 배달 혜택’은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적 측면에서도 쿠팡이츠의 상승세는 눈부시다. 쿠팡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이츠를 포함한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1조50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2024년 연간 기준으로 보면, 쿠팡이츠의 매출은 4배 이상 증가해 4조8808억 원을 기록했다. 아직 배민(우아한형제들)의 매출 4조3226억 원에 근접하진 못했지만, 추격 속도만큼은 업계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배달의민족 1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반면 배민은 최근 경영 전략 측면에서 흔들리는 모습도 보인다. 2025년부터 포장 주문에도 6.8%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쿠팡이츠를 대체 수단으로 찾는 소비자도 눈에 띄게 늘었고, 업계에서는 ‘배민 콜이 줄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배달 시스템을 독일 본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개발한 ‘로드러너’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 라이더 앱 ‘배민커넥트’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라이더들이 자율적으로 근무하는 기존 체계에서 등급제를 기반으로 사전 예약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 전환이 이뤄지면 본사에 지급할 수수료는 지금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배민은 쿠팡과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듯 OTT 제휴 전략까지 내놨다.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에 티빙(TVING) 이용권을 묶어, 쿠팡 와우 멤버십에 맞설 ‘복합 혜택 플랫폼’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배민은 3990원 가격의 멤버십을 통해 무료 배달, 쇼핑·장보기 쿠폰, OTT 혜택을 통합 제공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소비자는 냉정하다. 월 7890원에 로켓 배송·무료 반품·쿠팡플레이·무료 배달까지 제공되는 쿠팡 와우 혜택과 비교하면, 배민의 멤버십은 아직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쿠팡이츠의 강점은 단순 배달 앱을 넘어서 쿠팡 전체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는 물류, 결제, 검색, 리뷰, 추천 알고리즘 등에서 ‘이커머스 수준의 정교함’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플랫폼 전문가는 “쿠팡이츠는 쿠팡이라는 슈퍼앱 안에 놓여 있다. 배민은 아직 독립된 앱에 머물러 있다. 이 둘의 차이는 곧 유저 리텐션과 구매 전환율에서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양사 모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배민은 안정적 우위를 지키려면 가격정책과 고객 경험에서의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쿠팡이츠는 공격적인 확장과 함께 오프라인 가맹점과의 상생 전략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둘 다 플랫폼 생태계의 무게중심을 누가 더 오래 견디고, 확장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1위 전선의 향방이 갈릴 것이다.

배달 시장은 이제 단순 음식 배달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콘텐츠, 결제, 쇼핑, 물류까지 아우르는 이 전쟁의 최종 승자는 결국 ‘소비자의 니즈를 누가 먼저 파악해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다.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CJ대한통운의 택배 부문 매출 추월
국내 이커머스 성장과 함께 유통이 ‘배송 전쟁’으로 번지면서 물류업계의 왕좌 경쟁도 한층 뜨거워졌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지난해 매출 3조834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CJ대한통운의 택배 부문 매출(3조7289억원)을 추월했다.

택배업계에서 CJ가 1위 자리를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만든 파괴력 앞에서 CJ대한통운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공격적으로 ‘주 7일 배송(매일오네)’ 전략을 내세워 반전을 모색 중이다.

기존 토·일요일 배송 공백을 해소하고,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강화해 쿠팡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CJ온스타일, 신세계라이브쇼핑, NS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는 물론 네이버와도 손잡고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CJ더마켓은 2시간 내 배송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무엇보다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 기업들의 ‘쿠팡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통기업이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그재그, 무신사, 티몬 등도 CJ의 물류망을 활용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CJ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신세계 SSG닷컴의 김포·오포 물류센터 운영권도 넘겨받는다. 냉장·냉동 시스템이 구축된 해당 센터는 CJ제일제당의 온라인몰 ‘CJ더마켓’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그룹 차원의 ‘식품-물류 연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가에서도 CJ대한통운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분기부터 매일오네 성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CJ대한통운의 연간 택배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4조86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기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다수 플랫폼이 CJ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쿠팡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 주춤한 사이…네이버쇼핑, SSG닷컴 등 급부상
대형마트 시장 역시 한때 ‘왕좌 다툼’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커머스의 공습에 밀리면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신 쿠팡, 네이버쇼핑, SSG닷컴 등이 대체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회생 신청을 하면서 경영 위기를 맞은 홈플러스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2023년 매출은 6조 9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994억원에 달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2위 유통사업자였던 홈플러스는 이제 코스트코와의 매출 격차가 4000억원 내외로 좁혀진 상태다. 실제로 코스트코는 지난해 6조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가성비와 대용량 구매에 강점을 둔 창고형 매장의 매력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충분했다. 대조적으로, 전통 대형마트는 소비자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며 위축됐다. 이커머스에서는 쿠팡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분기 기준 매출 11조5000억원, 영업 이익 233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와우 멤버십의 혜택과 로켓배송, 반품 편의성은 타 이커머스 업체와의 차별점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럼에도 네이버쇼핑은 검색과 콘텐츠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 전략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 1세대인 G마켓·옥션이 과거의 영광을 잃고 고전하는 사이, 쿠팡과 네이버의 ‘2강 체제’가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SSG닷컴은 자체 물류와 매장 연계 모델을 활용해 틈새 공략을 하고 있지만, 쿠팡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서는 밀리고 있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업을 강화하면서 대응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류와 물량만으로 왕좌를 차지하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의 편의, 선택지, 경험, 혜택을 아우르는 ‘풀스택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도 숨 가쁜 역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때 독주를 펼쳤던 대형마트는 온라인의 파고 앞에 흔들렸고, 백화점의 1위로 꼽혔던 롯데는 지역 랜드마크 전략으로 치고 올라온 신세계에 밀려 위기감에 휩싸였다. 편의점 1위 자리는 매년 CU와 GS25 사이를 오가며 혼전을 거듭했고, 배달앱 업계도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에 배민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등의 함정’은 변화에 둔감해지는 순간 시작된다. 삼양식품이 ‘불닭’ 하나로 CJ제일제당을 넘어섰듯, 소비자와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곧 시장의 패권을 좌우한다. 빠르게, 기민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업계 1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격언은 격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1위가 내일도 1위일 거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 자리를 넘보는 이들의 창의성과 속도 전략이 미래의 질서를 새로 쓰고 있다. 왕관은 무겁고, 그 무게는 혁신의 속도로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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