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강변을 따라 우뚝 선 63빌딩이 40여 년 만에 옷을 갈아입었다. 금융 중심지 업무 사옥이라는 낡은 정체성을 벗고, 문화와 예술·미식·라이프스타일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하는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63빌딩 상업시설 전면 리뉴얼을 완료하고,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일인 6월 4일(오늘)을 기점으로 공식 오픈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GF층(지하 1층) 상업시설이다. 한화생명 인프라기획팀은 단순한 임대 관리자 역할을 넘어, 공간 기획·리징·인테리어 디자인 전반을 직접 주도했다. 약 300여 개의 브랜드를 검토한 끝에 최종 선정된 테넌트는 25개다.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기존 유통망에서 보기 힘든 희소성, 성수동·연희동 같은 최신 트렌드와의 정합성, 그리고 전문 기획자의 분석과 상업적 가치 판단의 결합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이미 입점한 흔한 브랜드보다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하고, 유통 채널 진출이 처음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한화생명 측은 먼저 공간 콘셉트와 인테리어 무드를 확정한 뒤, 그 분위기에 맞는 브랜드를 엄선해 역으로 입점을 제안하는 방식을 취했다.

세 개의 거리로 나뉜 GF층, 성수동 골목 감성을 수직 랜드마크 안으로
GF층은 ‘웰컴 스트리트(Welcome Street)’, ‘컬처 스트리트(Culture Street)’, ‘고메 스트리트(Gourmet Street)’ 세 구역으로 구성된다.
메인 엔트런스 역할을 하는 웰컴 스트리트에는 하와이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가 국내 1호점으로 상륙했다. 나폴리 스타일 화덕 샌드위치 전문점 파작(PAZAC)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도 자리를 잡아, 진입 초입부터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컬처 스트리트는 라이프스타일과 예술적 취향을 제안하는 편집 공간이다. 북유럽 대표 브랜드 루밍&헤이(ROOMING&HAY), 서브컬처 편집숍 로파 서울, 연희동에서 사랑받아온 아티스트 엽서 박물관 포셋 등이 입점했다.
특히 이 공간에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 ‘% 아라비카(응커피)’가 성수동의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테오’와 협업해 만든 신규 디자인 매장을 선보였다. 한국의 로컬 감성이 글로벌 브랜드와 만나 역수출되는 형태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식에 방점을 찍은 고메 스트리트에는 도쿄 타베로그 1위 라멘집 라멘야 시마의 국내 1호점을 비롯해,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평양냉면 전문점 서령, 가로수길의 한식 다이닝 비스트로 산호, 태국 요리 전문점 까폼, 일식 다이닝 고현 등이 포진했다. 기존 명소였던 63뷔페 파빌리온은 ‘더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돼 7월 초 재개장할 예정이다.
전체 인테리어는 퐁피두센터의 혁신 DNA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풀한 철골과 배관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바닥에는 디지털 패널을 설치해 영상이 흐르는 인터랙티브 환경을 구현, 실내에서도 살아있는 ‘거리’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50m 상공의 전망대, 세계적 정원, 그리고 현대미술관까지
상업시설 리뉴얼과 함께 빌딩 전체의 문화 인프라도 대폭 강화됐다. 63빌딩의 상징인 전망대는 ’63스카이피크닉’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재탄생한다. 해발 250m에서 서울 도심을 360도로 조망하는 기존 기능에 더해 미디어아트, 몰입형 상영관, 특별 전시관이 추가됐다.
지상부에는 뉴욕 하이라인 설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조경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손을 댄 ’63 아우돌프 가든’이 조성됐다. 사계절 식물의 흐름을 담아낸 이 정원은 한강변의 수평적 개방감과 63빌딩의 수직적 존재감을 잇는 예술 산책로로 기능한다.


문화의 정점에는 세계적 건축 거장 장-미셸 빌모트가 설계한「퐁피두센터 한화」가 자리한다. 한화문화재단과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이 미술관은 ‘빛의 상자’ 콘셉트로 리모델링된 별관에서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을 선보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은 63빌딩을 차세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자산 가치 제고와 함께 조용했던 동여의도 일대의 문화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세계, 일상과 예술, 사람과 공간을 잇겠다는 비전을 내세운 63빌딩의 변신이 성수동·연남동 등 서울 내 문화 소비 거점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동여의도를 새로운 문화 지형도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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