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본질이 ‘상품 판매’에서 ‘시간 점유’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고도화로 단순 목적형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을 현장에 머물게 할 독점적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생존 과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통업계가 선택한 핵심 전략은 식음료(F&B) 콘텐츠의 전면 배치다. 과거 쇼핑 중 허기를 채우는 보조 수단에 불과했던 F&B는 이제 대형 유통 시설의 집객을 주도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가장 강력한 앵커 테넌트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주요 유통 기업들이 공간 구성의 상당 부분을 식음 공간에 할애하거나 매주 품목이 바뀌는 대규모 먹거리 행사를 기획하는 배경도 결국 오프라인의 강점인 감각적 경험을 제공해 방문 주기를 단축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목적이 여가와 휴식으로 다변화됨에 따라 유통사의 출점 및 공간 운용 전략도 전면적인 수정에 들어갔다. 공간 효율성과 면적당 매출만을 따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넓은 오픈 스페이스를 확보하고 그 주변을 밀도 높은 F&B 라인업으로 채우는 구조적 변화가 뚜렷하다.

리테일 전문가들은 이를 고빈도 방문을 유도하는 ‘트래픽 제너레이터’ 전략으로 분석한다. 패션 상품의 구매 주기가 수개월 단위라면, 식음료 콘텐츠는 주간 혹은 일간 단위의 반복 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 브랜드의 인지도가 유통 플랫폼 자체의 집객력과 직결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검증된 대형 외식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유통사 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추세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은 자연 친화적 휴식 공간과 F&B를 결합해 ‘나들이형 아울렛’이라는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의왕점은 개점 당시부터 약 6600㎡ 규모의 중앙 광장에 잔디광장과 어린이 놀이터, 바닥분수 등을 조성해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 수요를 자극해왔다. 이 아울렛은 지난해 전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중 가장 높은 수준의 F&B 매출 구성비를 기록한 성과를 바탕으로 식음 콘텐츠를 대폭 보강하고 있다.
최근 글라스빌 1층에 약 70평 규모로 90석 이상의 좌석을 갖춘 쉐이크쉑을 오픈한 데 이어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정지영커피로스터즈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식사와 디저트를 아우르는 패밀리형 라인업을 완성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러한 체류형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파주점의 장인의집, 김해점의 제주삼대국수, 기흥점의 소이연남 등 각 지역 점포의 특성에 맞춘 F&B 공간인 테이스티 그라운드를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은 공간의 변화 대신 정기적인 이벤트형 F&B 콘텐츠를 도입해 방문 빈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장바구니 부담이 큰 먹거리 상품을 중심으로 주차별 릴레이 할인을 제공하는 ‘푸드 페스티벌’을 전개하며 고객들이 매주 매장을 찾을 명분을 제공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선호도가 높은 핵심 축산 및 가공식품을 전략 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대표 축산 상품인 한우 등심과 동기간 매출이 14% 성장한 견과류 카테고리를 행사 초기 핵심 상품으로 배치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한 상반기 누적 판매량 약 7만 팩을 기록한 호주산 냉동 차돌박이와 가족 단위 수요가 높은 양념 소불고기 등 검증된 볼륨 모델을 주차별로 교차 전개함으로써 할인 행사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매장 방문 주기를 주 단위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F&B 중심으로의 리테일 재편은 유통업계의 수익 구조와 상품 기획(MD)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 패션 브랜드 중심의 고마진 임대 수익 구조와 비교해 F&B는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높고 매장 관리가 까다롭지만, 한 번 유치하면 경기 변동에 촉수가 덜 민감하고 지속적인 트래픽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유통 시설 내에서 F&B가 차지하는 면적 비중은 과거 10% 안팎에서 최근 20~30% 수준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또한 강력한 F&B 집객 효과가 자연스럽게 인접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뷰티 매장의 분수 효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확인되면서, 공간 기획 단계부터 식음 동선과 쇼핑 동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건축학적 설계가 리테일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오프라인 리테일 시장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문화와 여가, 그리고 식음료가 결합한 ‘종합 체류형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커머스와의 차별화 지점이 결국 공간이 주는 경험에 있다면, 식음 콘텐츠는 그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와 유통사 관점에서의 시사점은 명확하다. 유통사는 단순한 우수 브랜드 입점을 넘어 독점적인 시그니처 F&B 콘텐츠를 자체 개발하거나 지역 유명 맛집과의 협업을 통한 차별화된 세계관을 공간에 구현해야 한다. 투자자와 제조 브랜드 역시 유통 플랫폼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순 매출 규모를 넘어 해당 공간이 가진 트래픽 지속 가능성과 체류 시간 지표를 핵심 요인으로 분석해야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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