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Exclusive출점 성장 공식 깨졌다! '편의점 전성시대'

출점 성장 공식 깨졌다! ‘편의점 전성시대’

점포는 36년 만에 줄었는데… 실적은 '역대급'

인구 920명당 1개꼴. 한국은 세계에서도 편의점이 가장 촘촘하게 들어선 나라 가운데 하나다. 집을 나서 몇 분만 걸으면 편의점이 나오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간판이 마주 보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늦은 밤 생수와 담배를 사는 곳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도시락을 먹고 택배를 보내고 장까지 보는 생활 인프라가 됐다.

그러한 편의점의 성장 시계가 멈췄다. 지난해 국내 주요 편의점 점포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기준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5만 3266개로 전년보다 1586개 줄었다. 대신증권이 조금 더 넓은 업계 데이터를 토대로 따져봤을 때는 2024년과 2025년 국내 편의점 수가 각각 1.3%, 2.9% 감소했다. 어찌 됐든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양적 팽창이 과출점과 낮아진 점포 성장률에 부딪혀 구조조정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동안 편의점의 성장 공식은 단순했다. 좋은 자리를 찾아 점포를 하나 더 열면 매출도 따라왔다. 그런데 전국 점포가 5만 개를 넘어서면서 이 공식이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새 점포가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대신 인근 점포와 매출을 나눠 갖는 경우가 늘었다.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료 부담까지 커졌다. 점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편의점 산업이 내리막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실적을 보면 아직도 호황기다. 점포를 줄이고 나니 기존 점포의 매출이 살아났고, 이익도 늘었다. 담배 대신 음료와 아이스크림, 간편식 같은 고마진 상품이 더 많이 팔렸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새 고객까지 들어왔다. 이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여느냐’가 아니다. 이미 있는 점포에서 ‘무엇을 얼마나 잘 파느냐’다.

BGF리테일 부산 물류센터 준공식. 편의점업계는 점포 수 확대와 함께 물류망 효율화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사진=BGF리테일)

◇ 2025년 말 국내 편의점 4사 점포 수 5만 3266개… 900명당 1개꼴
한국 편의점의 역사는 사실상 출점의 역사였다. 국내 편의점 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 점포 수는 거의 매년 늘었다. 2007년 1만 개를 넘어섰고, 2011년 2만 개, 2015년 3만 개, 2018년 4만 개를 돌파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5만 개 시대까지 열었다.

최근 몇 년만 떼어놓고 봐도 증가 속도는 빨랐다.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2021년 4만 6804개에서 2022년 5만1816개로 10.7% 늘었다. 2023년에는 다시 5.5% 증가한 5만 4689개까지 불어났다. 2015년 2만 8994개였던 점포가 10년 만에 1.8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편의점의 촘촘한 점포망은 온라인 시대에도 경쟁력이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이커머스가 급성장했지만, 편의점은 오히려 근거리라는 강점을 앞세워 버텼다. 그렇게 출점 경쟁을 벌인 데에는 편의점 가맹사업의 구조도 있었다. 가맹점주가 임차료와 인건비 등 상당 부분의 운영비를 부담하는 만큼 본사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점포망을 빠르게 넓힐 수 있었다. 점포 수가 늘면 물류 효율과 제조사 협상력도 함께 높아졌다. 좋은 상권을 먼저 선점하고 가맹점을 늘리는 것이 곧 시장점유율과 외형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CU가 선보인 삼각김밥 상품. 편의점업계는 간편식과 신선식품 등 일반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담배 중심의 매출 구조를 바꾸고 있다.(사진=BGF리테일)

문제는 너무 많아졌다는 데 있다. 인구 대비 점포 밀도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일본을 크게 앞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말 국내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5만 3266개로, 인구 약 900명당 1개꼴이다. 반면 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 집계 기준 일본의 편의점 수는 2024년 말 5만 5736개로, 인구 약 2240명당 1개 수준이다. 한국의 편의점 밀도가 일본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출점을 할수록 신규 수요가 생기던 구간을 지나, 같은 상권 안에서 점포끼리 수요를 나눠 갖는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점포 하나를 더 내도 새로운 수요가 생기기보다 기존 점포와 매출을 나눠 갖는 경우가 늘었다. ‘많이 열수록 성장한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매장 증가율이 꺾였다. 2024년에는 편의점 4사 점포 순증 규모가 168개에 그쳤고, 이듬해에는 숫자가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편의점 업계는 이 시기를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 시점으로 해석했다. 특히 2023년까지만 해도 업계 3·4위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점포 정리를 주도했다면, 2024~2025년에는 1·2위인 CU와 GS25까지 우량점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의점업계는 자체 상품과 이색 신상품을 앞세워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 편의점 매출 올해 4월 전년 대비 3.3%, 5월 5.9% 늘어… 소비심리 회복
가장 적극적으로 몸집을 줄인 곳은 세븐일레븐이었다.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2022년 1만 4265개였던 점포를 2024년 말 1만 2152개까지 줄였다. 2년 사이 2000개 넘는 점포가 빠졌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700개를 전략적으로 폐점했고,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이마트24 역시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며 비슷한 길을 걸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2021년 이후 2025년 3분기까지 각각 약 2036억 원, 716억 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냈다. 출점 경쟁을 계속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 선두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CU와 GS25 역시 점포 수 자체보다 신규 점포의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이 집계한 국내 편의점 시장 성장률은 2023년 −0.7%, 2024년 2.5%, 2025년 −0.4%로 부진했다. 그런데 분기별로 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2026년 1분기 성장률이 2.2%로 돌아선 데 이어 2분기에는 4.5%까지 높아졌다. 부진 점포가 빠져나가고 양질의 점포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소비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맞물린 결과였다.

산업부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편의점 매출은 올해 4월 전년 동기보다 3.3%, 5월에는 5.9% 늘었다. 소비심리 회복과 날씨,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가 기존점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고, 특히 음료와 아이스크림, 즉석식품, 디저트 같은 고마진 상품 판매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선두 업체의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BGF리테일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 4268억 원, 영업이익 84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22.3% 늘었다. 기존점 성장률은 4.2%였다. 객수는 3%, 객단가는 1.2% 증가했다. GS리테일도 비슷했다. 2분기 매출은 3조 1751억 원으로 6.4% 늘었고, 영업이익은 1094억 원으로 31.7% 증가했다. 편의점 기존점 성장률은 7.5%까지 올라왔다. 증권가는 “부진 점포 폐점에 따른 효율화로 기존 점포 생산성이 높아지고 고정비 부담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요약하면, 점포는 줄었는데 이익은 늘었다. 편의점 업계가 지난 2~3년간 겪은 변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마트24가 선보인 퓨전 떡 상품. 편의점은 전통 식품과 유행 상품을 결합하며 먹거리 경쟁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사진=이마트24)

◇ 도시락 반찬, 계란, 냉장식품까지…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영역 확장
수익성 개선에는 상품 구성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36%다. 여전히 가장 큰 단일 품목이다. 하지만 편의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상품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담배의 매출총이익률(GPM)은 약 9% 안팎이다. 일반 상품 평균이 20% 중후반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그래서 최근 편의점 실적을 읽을 때는 매출보다 상품 믹스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BGF리테일의 2분기 실적이 대표적이다.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6%, 아이스크림은 30.6% 늘었다. 식품과 가공식품의 매출 비중은 각각 0.4%포인트, 0.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담배 비중은 1.2%포인트 낮아졌다. 장보기 상품 매출도 18.2% 증가했다. LS증권은 고마진 일반상품의 판매 증가가 평균 상품이익률과 매출총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BGF리테일의 상황도 비슷했다. 2분기 기준 동일점 매출은 4.2% 늘었는데 일반상품 성장률은 5.3%, 담배는 2.3%였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일반상품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평균 상품이익률이 개선된 셈이다.

이는 편의점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담배나 생수처럼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하나둘 사는 곳에 가까웠다. 지금은 도시락과 반찬, 계란, 냉장식품까지 사는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점포당 고객을 늘리는 것만큼 한 번 들어온 고객에게 무엇을 더 팔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PB 상품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편의점 PB의 핵심은 ‘싸고 양이 많다’는 데 있었다. 최근에는 지역 특산물과 프리미엄이 더해지고 있다. CU와 세븐일레븐은 강원도 두백감자와 진도 곱창김, 고창 고구마, 창녕 양파·마늘, 제주 감귤 등을 활용한 간편식과 베이커리를 잇달아 내놓았다.

반대로 일부 PB 상품 가격은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 세븐일레븐과 GS25가 일부 상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하면서 ‘가성비 편의점’이라는 공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저가 상품은 더 싸게, 차별화가 가능한 상품은 더 고급스럽게 가져가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븐일레븐 특화매장 내부. 편의점업계는 상권과 고객 특성에 따라 상품 구성을 달리하는 특화점포를 확대하고 있다.(사진=코리아세븐)

◇ 뜻밖의 새 고객, 외국인… K-푸드 들고 해외로, 똑같은 간판 다른 점포
최근 편의점 실적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수는 외국인이다. 해외 매장을 늘리는 것보다 먼저 국내 점포가 글로벌 소비의 수혜를 받고 있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증가 속도는 빠르다. 올해 2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0% 이상 늘었다. BGF리테일 지역별 자료를 보면 전국 평균 증가율은 60.1%였다. 서울은 55.2%, 인천 59.0%, 경기 55.8%, 제주는 62.8%였다. 부산은 97.6%에 달했다. 외국인 소비가 서울 명동이나 홍대 같은 전통 관광지에서 부산과 제주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접근성이 좋고, 가격 부담이 낮으며, SNS에서 본 한국 음식을 쉽게 따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나나맛 우유에 커피를 섞어 만드는 ‘바나나 우유 라테’나 불닭볶음면을 활용한 레시피가 해외 SNS에서 콘텐츠가 됐다. 편의점에서 먹고 마시는 행위 자체가 관광 경험의 일부가 된 것이다. 대신증권은 이런 현상이 한국 편의점 채널의 글로벌 인기를 높이는 촉매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은 이를 편의점 업계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분석했다. 외국인 고객이 의미 있게 늘어난 올해 2분기 편의점 매출총이익률이 거의 처음으로 19%대에 올라섰고, BGF리테일과 GS리테일 편의점 부문의 합산 영업이익 증가율은 1분기 49%, 2분기 22%를 기록했다. 아직 외국인 매출 비중이 3%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비중이 4~5%까지 올라갈 경우 상품 믹스와 영업레버리지 측면에서 추가 개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폐주유소를 편의점으로 바꾼 도시재생형 점포 ‘CU Refuel’. 기존 입지를 재활용한 새로운 점포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국내 시장이 포화되자 편의점 업계는 자연스럽게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CU와 GS25, 이마트24 등 국내 브랜드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있다. GS25는 베트남에서 22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CU는 말레이시아에 140개 매장을 두고 있다.

특히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에 전체 인구의 약 45%가 몰려 있고, 이 중 상당수가 2030세대라는 점에서 수도권 집중이라는 한국과 비슷한 시장 구조에 인구·소득 증가세까지 겹친 곳으로 꼽힌다. 라면과 도시락, 즉석식품처럼 국내 편의점이 강점을 가진 상품을 현지에서도 활용하기 쉽다. BGF리테일 역시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몽골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 사업 확대를 꼽고 있다.

다만 해외 사업을 국내 시장의 빈자리를 곧바로 메울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GS25는 현지 파트너와 5년 내 500개 출점을 추진했지만 계약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 해외 사업은 좋은 상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지 파트너와 규제, 상권, 물류까지 맞물린다.

출점 경쟁이 주춤하면서 각 업체의 시선은 기존 매장 안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 5만 개가 넘는 점포가 있다. 이제 중요한 건 이 공간을 어떻게 똘똘하게 활용하느냐다.

일본 돈키호테 매장에 마련된 GS25 PB 브랜드 ‘유어스(YOU US)’ 판매대. 국내 편의점 상품의 해외 유통도 확대되고 있다.(사진= GS리테일)

◇ 새롭게 부상하는 ‘뷰티’… GS25·CU·세븐일레븐 화장품 매출 빠르게 늘어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가 특화점포다. 과거에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같은 브랜드라면 비슷한 상품을 팔았다. 최근에는 상권마다 구성이 달라진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K-푸드와 관광 상품을 강화하고,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채소와 계란, 냉장식품 등 장보기 품목을 늘리는 식이다.

GS리테일은 ‘신선강화형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편의점 사업의 추가 가치 회복을 위해 단순 출점이 아니라 기존점 성장률을 높이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며, 상품 경쟁력 강화와 신선강화형 매장이 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BGF리테일 역시 우량점 중심의 중대형 점포 출점 전략을 쓰고 있다.

뷰티도 새 먹거리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모두 화장품과 미용 소품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편의점이 식품을 넘어 뷰티와 생활용품까지 흡수하는 모습이다.

상품 구성이 바뀌고 있지만 담배는 여전히 편의점 실적에서 큰 변수다. 전체 매출의 약 3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담뱃값 인상 논의가 다시 나올 때마다 편의점 주가가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마트24 캄보디아 진출 2주년 기념행사. 국내 편의점업계는 포화한 내수시장을 넘어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사진= 이마트24)

LS증권에 따르면 2015년 담뱃값이 약 80% 올랐을 당시 편의점 업체가 판매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와 재고 차익을 동시에 누렸다고 분석했다. 당시 전체 점포 수는 2만 8994개였지만 2025년 말에는 5만 3266개까지 늘었다. 같은 폭의 가격 변화가 발생한다면 더 넓어진 판매망을 통해 이익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가 더 크게 보는 건 점포 경쟁력의 회복이다. 지난 2~3년간 부실 점포를 정리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만큼, 이제는 다시 출점에 나서더라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점포 수를 늘리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점포 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 업계는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있지만, 전략의 중심은 양적 확대보다 우량 상권과 중대형 점포 확보에 맞춰져 있다.

예전에는 점포 수 자체가 시장점유율이었다. 경쟁사보다 먼저 좋은 자리를 잡고 가맹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은 아무 곳에나 점포를 열면 오히려 기존점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그래서 CU와 GS25는 우량 상권과 중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신규 점포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구조조정을 상당 부분 마친 만큼 신규 출점을 다시 검토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양적 경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증권가가 편의점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 지점에서 거의 일치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상위 사업자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생존에 성공한 중대형 우량 점포’가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도 “BGF리테일이 우량점 중심의 순증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하위 사업자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결국 새 점포를 열더라도 과거처럼 ‘몇 개를 더 열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점포를 열었느냐’가 중요해졌다.

한국 편의점 브랜드는 K-푸드와 한류를 앞세워 해외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사진=이마트24)

◇ CU와 GS25 양강 구도… 저성장 국면 속 업체 간 차이 더욱 뚜렷
CU와 GS25의 양강 구도가 굳어진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수록 업체 간 체력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2026년 상반기 BGF리테일 별도 기준 매출은 4조 4424억 원, 영업이익은 1147억 원이었다. GS25는 매출 4조 470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차이는 283억 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CU와 GS25의 양강 구도가 굳어진 모습이다.

반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아직 회복의 초입에 있다. 코리아세븐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 2178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줄었지만 사업 효율화와 점포 운영 개선, 라이스 프로젝트로 불리는 간편식 품질 개선, 헬로키티 등 IP 협업 상품이 흥행하며 이익을 끌어올렸다. 이마트24는 2분기 2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전년 동기보다 손실 폭을 21억 원 줄였다. 빅2와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두 곳 모두 ‘적자 축소’에서 ‘흑자 전환’으로 국면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장 전체가 빠르게 커지지 않는다는 점도 빅2에 유리하다. 파이가 매년 10%씩 커질 때는 후발 업체도 출점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신규 수요가 많지 않다면 좋은 상권과 가맹점, 인기 상품이 더 강한 사업자에게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10년간 한국 편의점의 성장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좋은 자리를 찾아 점포를 하나 더 열었다. 그 결과 전국 점포는 3만 개에서 5만 개를 넘어섰다. 결국 갈 수 있는 곳까지 갔다.

외국인 고객이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매출 증가는 편의점의 객수 확대와 고마진 일반상품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년은 그 후유증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가 빠졌다. 신규 출점 기준도 높아졌다. 시장 성장률도 한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겉으로 보면 편의점 산업의 전성기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후 나타나는 숫자는 조금 다르다. 점포 수는 줄었는데 기존점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담배보다 수익성이 높은 일반상품 판매가 늘면서 마진도 좋아졌다. 외국인 관광객은 새로운 고객이 됐고, 기존 점포는 장보기와 뷰티, 퀵커머스, AI까지 품기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의 위기는 결국 성장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인구 920명당 하나, 한국에는 여전히 5만 개가 넘는 편의점이 있다. 너무 많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이 점포망을 단순한 판매 공간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K-푸드 체험장이 될 수도 있고, 집 앞 장보기 채널이 될 수도 있다. 초근거리 물류망과 데이터 거점이 될 수도 있다. 편의점 왕국의 출점 전쟁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신 더 어려운 싸움이 시작됐다. 5만 개를 누가 더 많이 갖느냐가 아니라, 그 5만 개를 누가 더 잘 쓰느냐의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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