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의 판도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뒤바뀌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확진자와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온라인 소비는 일상이 되었고, 먹거리부터 의류, 생필품, 각종 취미생활까지도 전부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추세다. 이에 e커머스 업계와 대형 유통업계는 서로 앞다퉈 각종 신선식품과 생필품, 간정간편식(HMR), 밀키트 제품 등을 출시해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집 밖은 위험해…언택트 소비에 눈 뜨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위험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외식이나 외출을 자제하는 것도 이제 익숙해지는 분위기다. 개학도 한 달이나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쌓여있는 건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 평소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본다는 주부 이모씨(38)의 스마트폰에는 온라인 마트 앱과 배달전용 앱, e커머스 앱 등이 종류별로 다운로드 되어있다. 초등학생 자녀들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다운로드한 앱 수는 점점 늘어났고 주문량은 2배로 늘었다. 새벽배송부터 시작해 당일배송, 편의점 배달까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온라인 배송을 이용한다. 매 끼니 밥을 직접 해 먹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주 구매하는 제품은 4인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밀키트 제품과 자녀들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이다. 이씨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앱은 SSG닷컴과 롯데프레시, 쿠팡이다.
# 1인 가구인 직장인 황모씨(남·35)는 한 달째 재택근무 중이다. 황씨의 일과는 온라인으로 시작해 온라인으로 끝난다. 황씨가 자주 이용하는 앱은 마켓컬리와 쿠팡, 배달의 민족, GS편의점 앱이다. 소포장된 가정간편식과 즉석밥에 곁들일 반찬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이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앱을 통해 동네 맛집 메뉴들은 한 번씩 다 먹어봤다. 이제 요령도 생겼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넉넉히 주문해 다음 날 다른 재료들을 추가해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회가 먹고 싶을 때는 당일배송 수산물 직거래를 이용한다. 저녁 시간은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 몰아보기로 밤을 지새운다. 이제 이러한 생활이 익숙해져 마트로 장을 보러 가거나 영화관을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황씨는 말한다.
◇ 빠르고 간편하게…HMR·밀키트 인기는 계속된다
그렇다면 밀키트와 HMR은 어떻게 다른 걸까. 먼저 밀키트는 손질된 재료와 소스가 동봉되어 있어 소비자가 간단히 조리만 하면 곧바로 섭취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밀키트를 가리켜 ‘집밥밀선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을 넣고 15∼30분 정도 요리하면 한 끼 푸짐한 식사가 완성된다.
밀키트의 장점은 소비자가 직접 요리를 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는 것과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훌륭한 식사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밀키트의 단점은 모든 식재료가 손질되는 즉시 냉장 상태로 배송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이다.
반면 HMR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즐겨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을 말한다. 종류도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요즘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HMR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00억원 수준에서 4년 후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티몬]
실제 티몬의 냉동·냉장 간편식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0% 상승했다. 메인 메뉴에 사용되는 소고기 스테이크, 불고기, 주꾸미 등의 양념, 육가공, 수산 식품군이 287% 성장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밀키트 메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상품은 스페인식 새우요리인 ‘감바스 알 아히요’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77% 상승했다. 이어 ‘비프 스테이크’와 ‘크림빠네파스타’가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매출 1위 메뉴였던 ‘밀푀유나베’는 4위를 차지했다. 이들 상품은 티몬에서 7000원대에서 1만원 이내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2인 기준 1만원대의 비용으로 근사한 외식 메뉴를 푸짐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다.
개당 100g대의 소포장 된 반찬도 인기다. 콩나물무침(150g) 990원, 느타리버섯볶음(150g)2천700원, 시금치무침(150g) 2천700원 등으로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간편식과 반찬을 구매하는 고객의 연령별 매출 비율을 살펴보면 20대 27%, 30대 43%, 40대 24%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40대 구매 비중은 작년 동기 대비 8%포인트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이제 1인 가구뿐 아니라 3인 가족 이상의 다인 가구에서도 요리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간편 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프레시지]

국내 1위 밀키트 기업인 프레시지는 주요 식품 대기업에 밀키트 제품의 상당수를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에서 ODM 물량까지 포함하면 프레시지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65%에 달한다. 지난 2월 밀키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고, 최근 한 달간(2/6∼3/5) 샐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681.7%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편의점 CU에 입점한 ‘스파이시마요 치킨 샐러드’와 ‘알을 품은 꼬꼬 샐러드’는 전월 대비 각각 23.%, 12.1% 증가했다. 프레시지는 요구르트바와 샐러드, 메추리알, 방울토마토 등을 함께 구성한 ‘밀 샐러드(Meal Salad)’ 콘셉트 제품을 선보이는 등 ‘편샐족’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프레시지에 따르면 외식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밀키트의 주소비층인 30∼40대의 주문은 더 늘었고, 밀키트를 잘 몰랐던 50∼60대 소비자들까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다.
[SSG닷컴]
특히 유통기한이 긴 통조림 반찬은 268%, 라면은 175% 늘었으며, 쌀은 187%, 채소류는 6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로 회식이나 외식이 급격히 줄면서 생필품과 먹거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매출은 곧 오프라인 점포 효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마트의 경우 SSG닷컴을 통해 주문하면 상품의 대부분 주문자 인근 점포에서 배송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PP센터(도심 전용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시스템 특성상 온라인 주문이 오프라인 매장 효율과 매출로 직결되는 것이다.
SSG닷컴에 따르면 현재 주문량은 배송가능 물량의 95%를 상회하고 있으며, 평소 주문 마감률이 80% 초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증가율이다. 가장 주문이 많이 몰린 날에는 99.8%까지 도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에 한식·중식·양식 등 밀키트를 개발하기 위해 5명의 셰프를 스카우트해 상품 개발 전담 조직인 ‘비밀연구소’에서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아울러 신세계푸드는 GS리테일과 홈술족을 위한 안주류 간편식‘올반 한잔할래’ 신제품 2종 ‘올반 한잔할래 감바스’와 불난마늘족발‘을 출시해 홈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소포장 안주류 간편식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편리미엄 시대, 빠른배송과 맛으로 승부
분석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나의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이를 ‘가시비’로 정의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30분 내 빠른배송이나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을 앞세워 HMR이나 밀키트의 비중을 점차 높인 결과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수치로 증명했다.
위메프는 1월 27일부터 2월 27일까지 가정간편식 키워드로 검색되는 전체 상품 매출이 전월 동기대비 490% 급증했고, 같은 기간 즉석조리식품 매출도 178.4%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즉석반찬(1만2569.14%), 즉석삼계탕(321.06%), 즉석국(76.45%) 등 한식 품목 매출이 크게 늘었으며, 라면과 컵밥 매출도 각각 246.9%, 195.95% 증가했다.
그 결과 △치즈짜장떡볶이 △함박스테이크 △에그인헬 △톡톡크림빠네파스타 등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간식 메뉴 매출은 353.2% 증가했고 안주류 매출은 271% 증가했다. 이는 개학 연기, 학원 휴강, 부모의 재택 근무 확대 등으로 자녀들이 선호하는 간식 메뉴를 부모가 집에서 직접 조리해 함께 즐기는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의 수산 HMR인 ‘비비고 생선구이’의 온라인 매출도 지난해 8월 출시 후 월 평균 30% 이상씩 성장했다. ‘비비고 생선구이’는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가자미구이 등 총 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월 21일까지 ‘비비고 생선구이’의 매출은 지난달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출시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새벽 배송, 당일 배송 영향으로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비비고 생선구이’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편의점 업계 주류·냉장·냉동 안주류 매출↑
이마트 24도 지난 2월 주말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40% 증가했고,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기간 맥주와 소주의 매출은 각각 9%, 12% 증가했으며, 냉장식품 매출은 15%, 냉동식품은 17% 늘었다.
신선함이 생명인 활어나 수산물도 이제는 집에서 클릭 한 번으로 배송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수산물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 중 하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신선도 때문이다. 그런데 수산물 온라인 판매 시장에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 뛰어들면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졌다. 포장 기술이 발달하고 배송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한 여름에도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수산물을 24시간 이내에 배송할 수 있게 된 것. 게다가 어부나 어종도 선택해 주문할 수 있고, 오늘 새벽에 잡은 활어회를 저녁 식탁에 올릴 수도 있다. 수산물만으로요리가 어렵다면 이미 조리가 되어 있는 집콕족 간편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 ‘오늘회’, 아침 주문 저녁 배송
[사진 = 오늘식탁 제공]
오늘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포토후기를 참고하면 된다. ‘꿀조합 장바구니’ 기능은 오늘회를 직접 구매한 고객들의 약 4만개의 포토후기를 기반으로 생소한 수산 콘텐츠와 관련 메뉴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후기 속 태그 버튼을 클릭하면 상품과 곁들임 정보를 볼 수 있고, 이 상품들을 그대로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다.
오늘식탁은 지난 3년여간 KTB네트워크,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0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자인 대성창업투자, 수림창업투자도 후속투자에 참여해 현재까지 총 4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오늘회’는 위메프, 마켓컬리 등 e커머스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재현 대표가 사업을 이끌고 있다.
◇ ‘얌테이블’, 수산 원물부터 가정간편식 까지 한 번에
그날 작업된 수산물은 용도에 맞게 원물 그대로 포장하거나 손질 후 용도에 맞게 트레이에 담아 신선포장 후 아이스팩 또는 얼음과 함께 발송된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제철수산물 △봄철 보양식 △집콕족간편식 △밥도둑 장요리 △홈술안주 △홈파티&집들이 카테고리로 나뉘어있어 용도나 취향에 맞게 골라 담으면 된다. 각 재료마다 레시피가 제공되기 때문에 요리를 못해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수산간편식을 추천한다. 수산간편식은 포장만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이나 밀키트와같은 간편요리 두 가지로 나뉜다. 밥도둑 장요리도 인기가 좋다. 꽃게살로 만든 순살게장과 순살 깐새우장, 간장양념연어장, 꼬막무침, 양념게장은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먹으면 순식간에 밥 한공기 뚝딱이다. 2018년 6월, 40억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후 7월부터 본격적인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1년 6개월 만에 월 평균 매출이 7억원에서 42억원으로 6배 늘었고, 연 매출은 2018년 105억원에서 지난해 321억으로 3배나 성장했다.
주상현 얌테이블 대표는 “B2C 온라인고객 뿐 아니라 B2B 온라인 고객에게도 가치를 제공하며 올해는 매출 600억을 넘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얌테이블은 지난해 GS홈쇼핑, H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15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경남에서 유일하게 ‘2019년도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전국에서 수도권 149개, 경남 1개, 그 외 11개 등 총 161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