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0월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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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IPO)하고 싶다면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다 잡아야

컬리 상장 좌절에서 배울 수 있는 3가지 교훈

이커머스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들려왔다. 컬리(마켓컬리)가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지난 1월 4일 밝힌 것이다.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와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컬리의 상장 철회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컬리 측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상장을 강행하겠단 입장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컬리가 상장 완주를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컬리는 지난해 3월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같은 해 8월 22일 승인을 받았다.오는 2월까지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했는데, 컬리는 줄곧 공모 절차 착수를 미뤄왔다.

그만큼 증시 상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과 가파른 통화긴축이 지속된 2022년 국내 주식시장은 1년 내내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코스피 지수는 전년 말(2977.65) 대비 741.25포인트(24.89%) 하락한 2236.40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주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대했던 몸값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컬리는 결국 상장을 미루게 됐다.

컬리의 상장 철회를 두고 VC 업계는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4분의 1이하로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2021년 말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가치가 8000억원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이렇게 떨어졌는데 상장을 강행하면 컬리에 투자한 이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요즘은 컬리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투자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기 때문에 악조건을 무시하고 상장을 강행하기에 큰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상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조단위 기업가치로 ‘대어급’ 평가를 받던 컬리의 상장 철회로 여의도 IPO 시장도 차갑게 얼어붙게 됐다. 물론 컬리의 상장 철회 이유를 단순히 증시 한파만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 금리 급등과 지수 하락이 맞물려 IPO 과정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이 위기를 뚫고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기업공개에 성공한 알루미늄 부품 솔루션 기업 한주라이트메탈은 상장 첫날인 지난 1월 19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초가보다 1225원(29.77%) 오른 5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상장한 티이엠씨도 공모가(2만8000원)보다 0.54% 오른 2만8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장 후 두 번째 거래일인 20일 티이엠씨는 3.91% 상승하며 첫날보다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일반청약 미달로 시장의 우려를 샀던 걸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티이엠씨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다.

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시장에 속해 있으면서 상장을 밀어붙이는 회사도 있다. 바로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12월 2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이내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중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수익성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화장품 카테고리인 ‘뷰티컬리’를 공식 런칭했다. 하지만 시장에 쟁쟁한 기존 경쟁업체들이 있어 이 마저도 전망이 밝진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VC 업계 관계자는 “증시 부진이 컬리 상장 철회의 가장 큰 원인이긴 했지만, 증시가 부진하지 않았더라도 상장 이후 컬리의 미래 시나리오가 밝다고 내다보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컬리가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된 건 컬리가 가진 내부적인 복합 위기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컬리의 상장 도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증시 상황과 무관한 몇 가지 리스크를 찾을 수 있다. 컬리는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IPO 관계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컬리의 상장 실패를 교훈으로 되새겨야 하는 기업은 많다. 당장 후속 상장을 노리는 이커머스 업체도 그렇고, 제2의 컬리를 꿈꾸며 유니콘 등극을 앞둔 수많은 스타트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는 많은 플랫폼 기업이나 유니콘이 본격적으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나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회사 SSG닷컴, 앞서 언급했던 오아시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SK스퀘어의 11번가, CJ그룹의 CJ올리브영 역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리스크가 유니콘 기업 컬리가 상장하는데 발목을 잡은 걸까. 하나씩 알아보자.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회사 SSG닷컴도 올해 IPO(상장)를 준비하고 있다

◇ 컬리의 진짜 문제, 적자의 리스크
2015년 새벽배송(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컬리는 현재까지 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런데 지난 7년간(2015~2021년) 누적 적자도 4952억원으로 불어났다. 컬리는 2021년 매출액 1조561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도 역대 가장 큰 규모인 2177억원에 달했다.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만큼 원가 부담이 큰 데다 새벽배송의 특성상 물류비·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유니콘 특례상장(기업가치 1조원 이상일 경우 별도의 재무조건 없이 코스피 상장 가능)’을 추진해온 컬리로선 적자여도 IPO 자체엔 큰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적자 기업이 상장해도 괜찮다’는 선례가 있었다. 적자를 냈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선배 기업 쿠팡이 대표적이다.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은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0.71%(14.25달러)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쿠팡의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으로 88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가치다. 이는 2019년 우버의 IPO(81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이자, 뉴욕에 상장된 아시아 기업으로는 2014년 알리바바(218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국내 전문가조차 상장은 커녕 적자가 심해서 회사 존립이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기업가치로 당당하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식거래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해 IPO(상장)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수익성이 좋은 회사가 아니었다. 상장 전까지 쿠팡의 누적적자는 4조5000억원이 넘었다. 상장 첫해였던 2021년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14억9396만 달러)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 시기 스타트업들은 투자 자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성’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는 컬리 역시 상장에 나서면 조 단위 몸값은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10년 넘게 이어져 오던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면서 스타트업 투자가 빠르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성장성보단 수익성을 증명해야 되는 시기가 됐다. 컬리에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이 꽂혔던 이유도 언제 적자 개선을 꾀할 수 있을지가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다.

쿠팡만 해도 지난해 3분기 ‘만년 적자’ 신세를 탈출했다. 이 회사 3분기 영업이익은 7742만달러(약 1037억원·분기 평균 환율 1340.5원 기준)에 달했다. 2014년 로켓배송 출범 후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였다. 쿠팡은 적자폭이 늘어날 때도 ‘계획된 적자였다’라면서 투자에만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꾀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들어맞았던 셈이다. 자동화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해 물류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게 쿠팡의 턴어라운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범석 쿠팡 의장

컬리 역시 수익성 제고에 나섰지만 쿠팡과는 본질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높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과 전국망에 가까운 물류 인프라, 여기에 빠른 배송으로 정평이 난 ‘로켓배송’과 충성도 높은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컬리는 여러 측면에서 쿠팡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컬리는 쿠팡만큼 충성 고객이 많지 않고 전국망 구축도 못한 데다 본질적인 수익구조에 문제가 있어 당장 흑자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컬리의 주력 상품은 새벽에 배송하는 신선식품이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식품 새벽배송의 시장 점유율은 마켓컬리가 상위권에 포진해있는 건 맞지만,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게 문제다. 현재 쿠팡 로켓프레시와 SSG닷컴, 오아시스 등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더구나 이 시장은 수익성까지 좋지 않다. 새벽배송은 낮 배송에 비해 인건비 등 운영비가 2배 가량 더 들고, 신선식품 특성에 따른 냉장·냉동 배송 시스템 구축 투자비도 많이 든다. 고객의 당일 주문량을 예측해 필요한 재고를 회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창고에 적재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당한 역량의 기술력도 필요하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물류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고급 개발 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측량과 판매량이 달라 재고가 남으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쿠팡이 적자 상태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계속된 적자에도 ‘계획된 실적’이라고 설명해 왔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매출이 2021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분기 평균환율 1340.5원) 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37억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적자만 키우는 새벽배송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온’이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어 5월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헬로네이처’가 사업을 철수했다. 7월에는 GS리테일이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GS프레시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류비가 상승하면서 각종 제반 비용이 늘어났고, 엔데믹 전환으로 온라인 쇼핑시장의 성장세도 다소 꺾였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쇼핑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가 쌓인 컬리가 상장을 철회한 반면 오아시스는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엔 흑자 경영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에도 매출액 3118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점이 투자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신선 식품은 재고관리가 까다로운데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재고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해 재고관리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고 설명했다.

증권 시장의 위축으로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던 올리브영은 올해 다시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실적 또한 눈에 띄게 높게 나오고 있어 상장 후 주가 또한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브랜드 가치 훼손의 리스크
수익성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컬리는 지난해 11월 화장품 카테고리인 ‘뷰티컬리’를 공식 런칭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전망이 밝진 않다. 화장품 시장의 경쟁도 신선식품 못지않게 치열해서다. 올리브영은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화장품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화장품을 주문 후 3시간 내 배달해주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작하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온라인 수요까지 움켜 잡았다.

신세계의 SSG닷컴과 롯데의 롯데온은 백화점이 관계사로 서로 연결돼 있다. 백화점의 샤넬·디올 등 인기가 높은 명품 브랜드를 유통하기에 용이하다. 반면 컬리는 식품 분야에서 경쟁력만 검증됐다. 식품과 화장품은 전혀 다른 분야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경쟁사가 많은 데다 컬리의 기존 소비자로선 화장품 사업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컬리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과 여행상품, 반려동물용품까지 판매하고 있다”면서 “당초 프리미엄 식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고유의 특징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컬리는 초창기 다른 대형 이커머스에서 보기 힘든 고품질의 상품을 갖춰 인기를 끌었던 플랫폼이다. 사업 초기에는 강남에서 입소문이 난 식품배송 앱으로 통했다. 이후 코로나19 펜데믹에 큰 폭으로 성장하며 배송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이런 프리미엄 콘셉트가 빛이 바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쿠팡이나 이마트몰에서도 대기업 제품이나, 프리미엄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쿠팡 로켓프레시, 오아시스마켓, 이마트 쓱배송 등 경쟁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품 구성에서의 차별점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컬리는 ‘뷰티컬리’를 오픈하며 종합몰 형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런 변신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미 이커머스 종합몰 형태를 표방하고 있는 경쟁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컬리가 몸집 불리기와 체질 개선을 동시에 이뤄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컬리가 뷰티컬리 모델로 톱스타인 제니(블랙핑크 멤버)를 기용한 점 역시 업계에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결정이었다. 컬리가 인지도를 끌어올린 데엔 컬리의 광고모델이었던 톱스타 전지현이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화려한 톱스타 마케팅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컬리는 2021년만 해도 광고선전비로 435억원을 들였다. 물류체계 강화와 전국 단위 새벽배송 시스템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더욱 투자와 신경을 써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니를 기용하는 데엔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섭외·광고비 지출이 예상되는데, 거액의 광고비를 들여가면서 제니 카드를 택한 게 과연 옳은 판단이었는지 의구심을 보이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상장을 철회하고 추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지금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톱스타를 기용해 트래픽이 늘어나도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광고-트래픽-수익으로 연결되는 확실한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긴 커녕 헛돈을 쓰는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컬리의 상장 실패 이유 역시 이런 방식으로 훼손된 브랜드 가치와 연관이 깊다. 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꺾이더라도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다소 낮추면서 상장 시기를 조율했다면, 컬리 역시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쏘카가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쏘카의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9666억원에 그쳤다. 이는 시장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거론됐던 2조~3조원은 물론, 지난해 3월 롯데 렌탈의 지분 투자 때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1조 3000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공모 물량도 줄이고 공모가도 낮추면서 시장의 박한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쿠팡의 지난해 3분기 흑자는 물류와 배송 시스템의 혁신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 과도한 외부투자의 리스크
컬리는 당초 2021년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율을 문제 삼으면서 청구일정이 지연됐다. 컬리는 출범 이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복된 투자를 받다 보니 창업주의 지분율이 대폭 하락했다.

2020년 말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은 6.67%였는데, 2021년 말엔 5.75%로 뚝 떨어졌다. 상장을 준비하는 창업주의 지분율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컬리의 주요 주주는 힐하우스캐피탈(지분율 11.89%),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 중국·미국·러시아·홍콩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사들이다.

업계에선 창업주 지분율이 최소 20%는 돼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걸림돌이 된 셈이다.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통과도 쉽지 않았다. 통상 예심은 2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컬리의 경우 이례적으로 5개월가량 진행됐다. 결국 컬리는 김대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지분 2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하고, 상장 이후 2년간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보호예수’ 확약 작업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우호지분 20%만으로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보호예수’ 확약도 2년짜리 계약에 불과하다. 컬리의 후속 상장 작업이 순조롭기 위해선,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겪는 문제기도 하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누구라도 투자금을 많이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문제는 투자 유치에 따른 지분 희석 가능성이다.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을 만큼 성과를 내거나, 혹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고려해 적정한 투자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

여러 라운드에 걸쳐서 투자 유치를 지속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창업자의 지분 등 우호 지분이 너무 줄어들게 되면 김슬아 대표의 사례처럼 IPO 과정에서 문제를 겪게 된다.

VC 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상장에 실패한 건 쿠팡이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100조원까지 치솟았던 만큼 컬리의 기업가치도 오를 수 있다는 낙관에만 기댄 탓이 크다”면서 “너무 긍정적 전망에 의존하다 사업을 접은 이들이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약하면 기업들이 상장하고 싶다면,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을 다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3가지를 잡는데 모두 실패한 컬리의 상장 철회는 상장을 준비 중인 많은 기업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상장을 고려 중인 SSG닷컴 역시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2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미래 상장을 준비 중인 11번가 역시 지난 2019년 14억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한 이후 계속 적자를 지속 중이다.

2020년에는 98억원, 2021년에는 6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지난 3분기까지 매 분기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상장을 위해선 실적과 내실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상장은 어렵다. 컬리가 이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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