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C
Seoul
화요일, 5월 12, 2026
HomeDaily NewsFashion런웨이 위 ‘디제잉’과 ‘K-팝’…블라뱅, 패션의 경계를 허물다

런웨이 위 ‘디제잉’과 ‘K-팝’…블라뱅, 패션의 경계를 허물다

박정상 디자이너, 종합 예술 디렉터로 변신…‘첫사랑’ 이본 내세워 세대 공략

단순히 모델이 옷을 입고 걷는 시대는 저물었다. 최근 패션계는 의상 그 자체보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서사(Narrative)’와 ‘체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박정상 디자이너가 이끄는 ‘블라뱅(BLAHBANG)’이 선보인 최근 무대는 패션쇼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호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쇼의 가장 파격적인 지점은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였다. 박정상 디자이너는 직접 DJ 부스에 올라 무대 전체의 비트와 흐름을 진두지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가 런웨이 뒤에 숨지 않고 전면에 나서 음악과 패션의 결합을 주도하는 것은, 브랜드를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각인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무대의 서사는 ‘소녀는 나이 들지 않는다’라는 주제 아래 인간의 생애를 사계절의 순환으로 풀어내며 깊이를 더했다. 특히 1990년대의 아이콘인 모델 이본을 뮤즈로 발탁한 점이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부제와 함께 봄의 여신으로 분한 이본은 전성기 못지않은 당당한 워킹으로 현장을 압도했다. 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관통했다는 평가다.

콘텐츠의 구성 또한 다각화되었다. ‘한국인의 혈관에는 K-팝이 흐른다’는 테마를 설정해 시대를 풍미한 명곡들과 역동적인 안무를 런웨이 전반에 녹여냈다. 아이돌 그룹 ‘빅오션’과 댄서 ‘코코’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한 무대에 세우며 단순한 의상 발표회를 넘어선 ‘다원예술’의 형태를 띠었다. 모델들 역시 정형화된 워킹 대신 퍼포먼스를 가미해 관객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블라뱅의 시도가 침체된 오프라인 패션 행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매뉴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옷이라는 상품을 넘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전달할 때 소비자들의 몰입도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박정상 디자이너는 향후에도 타 장르와의 과감한 접목을 통해 패션의 확장성을 실험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결국 미래의 패션 경쟁력은 ‘누가 더 예쁜 옷을 만드느냐’가 아닌 ‘누가 더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블라뱅이 보여준 이번 무대는 패션쇼가 브랜드의 철학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 ARTICLES

Popula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