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테일 F&B 시장에서 치즈가 단순한 부재료의 역할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사의 공간 경쟁력을 확보하고 프랜차이즈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피자나 떡볶이 등 특정 외식 메뉴의 토핑에 국한되었던 치즈 소비는 최근 식문화의 서구화와 홈술 문화의 정착, 미식에 대한 관여도 상승과 맞물려 고부가가치 상품군으로 재정의되는 추세다.
유통 업태별로 치즈를 다루는 전략적 지향점은 명확하게 갈린다. 백화점을 필두로 한 프리미엄 오프라인 플랫폼은 이커머스가 대체하기 어려운 체혐형 콘텐츠와 독점적 소싱력을 과시하는 도구로 치즈를 활용한다. 신선식품 바잉 파워를 기반으로 한 정통성 강조는 온라인으로 이탈한 우수 고객을 다시 오프라인 식품관으로 끌어들이는 앵커 테넌트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커피 프랜차이즈 및 양산형 F&B 브랜드들은 음료 단가만으로 저하되는 매장당 매출을 방어하기 위한 크로스셀링 카테고리로 치즈 디저트를 낙점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구매하기 부담 없는 가격대의 냉동·냉장 베이커리 라인업에 치즈를 결합함으로써, 원가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구사하는 구조다.
현대백화점의 행보는 프리미엄 소싱을 통한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 가치 극대화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대백화점은 유럽연합의 재정 지원을 받아 프랑스 국립 낙농협의회가 주최하는 유럽·프랑스 치즈 홍보 캠페인인 정통 치즈와 손잡고 판교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전국 7개 주요 지점에서 대규모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까망베르, 브리, 미몰레뜨, 꽁떼, 에멘탈 등 프랑스산 소젖 치즈를 중심으로 식품관 내부 수입 매대와 조리 행사장 동선을 연계한 시식 이벤트를 운영하며,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사은품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인당 구매액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프랑스 치즈의 정통성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백화점 식품관이 가진 미식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반대편 축에 위치한 더본코리아의 커피 전문 브랜드 빽다방은 매스 F&B 채널에서의 치즈 활용법을 대변한다. 빽다방은 촉촉한 바움쿠헨 시트 속에 치즈크림 필링을 채운 치즈홀릭 바움쿠헨을 출시하며 디저트 라인업을 강화했다.
가성비 커피 시장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음료 단일 판매만으로는 가맹점의 수익성 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소하고 달콤짭짤한 풍미로 대중적 선호도가 높은 치즈를 디저트 메뉴에 적극 도입한 것이다. 기존 초코 중심의 베이커리 메뉴에서 치즈와 커스터드 등으로 플레이버를 확장한 것은 가맹점의 제조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완제품 형태의 고마진 디저트를 추가해 안정적인 매출 조기 달성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치즈를 매개로 한 리테일 F&B의 변화는 향후 원재료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와 제조 플랫폼의 효율성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프리미엄 유통 채널은 해외 낙농협의회 및 직소싱 인프라를 활용해 이커머스 대비 가격 경쟁력과 상품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며, 매스 프랜차이즈 채널은 대량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과 냉동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마진율을 방어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 기한이 상대적으로 길고 보관이 용이한 가공·숙성 치즈의 특성은 F&B 기업들이 재고 관리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최적의 소재다.
결과적으로 치즈 시장의 대형화는 국내 유통사 및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브랜드와 유통사는 단순히 유행하는 식재료를 도입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관여 소비자를 락인할 수 있는 독점 상품 소싱 역량을 키우거나 기존 주력 제품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 구조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락토 경제학으로 요약되는 치즈 중심의 F&B 고도화는 고물가 시대에 유통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미식 기준을 충족시키는 핵심 리테일 솔루션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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