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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크리에이터…“즐기지 못했으면 여기까지 못왔을 거예요”

크리에이터 전정훈

대기업 패션 MD이자, 약 11만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후리(본명 전정훈)’. ‘전정훈’은 낮에 코오롱FnC에서 신규 브랜드 발굴과 온라인 영업을 담당하고, ‘후리’는 밤과 주말에 누구보다 빠르게 패션과 퍼퓸 트렌드를 전달하며 이 두 정체성이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던 중 SNS에서 예상치 못한 바이럴을 타며 자고 일어났더니 수천 명의 팔로워가 생겨났다. 뜻밖의 기회로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그는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삶에만 안주하지 않고 백화점 바이어를 거쳐 대기업 MD에 이르기까지 패션 커리어 역시 단단하게 쌓아 올렸다.

하루 4시간만 자며 주 7일, 하루 20시간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일상은 얼핏 보면 가혹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살인적인 스케줄을 결코 ‘일’이라 여기지 않았다.

“저한테 크리에이터 활동은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예요. 회사 업무가 밀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크리에이터 업무가 밀려도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걸 밤새워 하나씩 쳐내고 ‘사진 예쁘게 나왔다, 글 잘 적었다, 반응 좋다’라는 결과가 나올 때 느끼는 희열이 제겐 최고의 힐링이에요. 사실상 완벽한 덕업일치인 거죠”

그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언제나 ‘재미’다.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가장 먼저 마주하고 포스팅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희열을 느낀다. 특히 집에 보유한 향수만 400개가 넘을 정도로 ‘향수 덕후’를 상징하는 전정훈은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들까지 직접 협업을 제안하는 퍼퓸 큐레이터 ‘후리’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또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전정훈이 이토록 신뢰를 받는 비결은 철저한 콘텐츠 철학에 있다. 그는 “요즘 사진 잘 찍는 친구들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글을 진심으로 잘 쓰는 친구는 드물죠. 저는 글로 승부해요. AI가 쓴 글은 사람들이 바로 알아채기 때문에 시향기 하나를 완성하는 데 길게는 2주씩 메모장에 적고 지우기를 반복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향수 관련 피드는 제 얼굴 컷이 40%를 넘지 않게 하고 제품에 집중합니다. 독자들은 제 얼굴이 아니라 향이 궁금해서 검색해 들어온 거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전정훈은 하나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해당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분석하고 제품 컬러와 무드에 맞춘 착장까지 고려하며, 자신만의 콘텐츠 철학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전정훈은 브랜드 히스토리 분석은 물론, 제품의 컬러와 무드에 맞춰 착장까지 조율한다. 이런 디테일과 진정성이 결국 까다로운 브랜드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과 크리에이터의 병행이 늘 달콤했던 것만은 아니다.

‘인플루언서라 회사 일에 소홀하다’는 무거운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그는 남들보다 배로 노력했고, 직장인으로서 맡은 역할을 자신의 사업처럼 주체적으로 임하며 성과를 증명해 내야 했다. “회사에서 1인분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일을 조금이라도 못하면 ‘거 봐, 인플루언서 한다고 일 못하잖아’가 돼버리니까요. 그 베이스를 만드는 데만 최소 2년이 걸렸어요”라며 치열했던 그간의 일들을 떠올렸다.

치열한 경쟁, 더 나아가 시기질투까지 넘쳐나는 인플루언서 시장 속에서 그를 지탱한 핵심은 다름 아닌 ‘겸손과 의리’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겸손을 배웠고, 아무것도 없던 시절 손 내밀어 준 브랜드 및 업계 사람들과는 지금도 굳건히 의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단단한 삶의 태도는 인터뷰 막바지에 언급한 그의 소박한 소망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제가 주위 사람들한테 습관처럼 말하는 게 있어요. 은퇴할 나이가 되면 고향인 대구 내려가서 본죽이나 메가커피를 하고 싶다고요. 자기소개도 이왕 크리에이터 후리나, 코오롱FnC 전정훈보다 ‘본죽, 메가커피 사장 전정훈입니다’라고 하고 싶어요”라며 어떤 화려한 타이틀보다 인간 전정훈만의 소망이 오히려 그의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기업 직장인과 인플루언서라는 두 위치에서 자신만의 속도와 철학으로 완벽한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전정훈. 영리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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