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몽크스부처(Monk’s Butcher)’라는 특이한 이름의 비건 레스토랑이 있다. ‘수도승의 정육점’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의 뜻을 담고 있는 이곳은 국내 최초 비건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비건식이지만 비건식 같지 않은 재료와 색다른 조리법을 적용해 이색적인 메뉴를 선보임으로써, 비건 음식이 가진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몽크스부처 이름에 담긴 의미이기도 하다.
◇ ‘수도승의 정육점’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약 500m 정도 걸어가면 1층 신발 매장 왼쪽에 작은 금색문이 있다. 비밀스럽게 숨겨진 몽크스부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둑한 조명과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몽크의 수도성의 이미지를 인테리어에 접목시켰다는 설명이다. 또한 영업 전에 인센스를 켜 놓아 그 향을 맡으면서 올라오는 과정이 수도승의 느낌에 가깝도록 구성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커다란 샹들리에와 큰 촛대 등으로 앤티크하고 화려한 느낌이다. 비건 레스토랑이 내걸고 있는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비건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방문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몽크스부처는 건물 내 3~4층에 위치하고 있다. 3층은 널찍한 테이블이 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느낌이라면 4층은 바 형태로 나란히 앉는 구조로 돼있다. 루프탑은 완전 개방형으로 날씨가 좋은 날에만 개방을 한다.
몽크스부처는 약 3년 전 국내에서 비건 레스토랑이 무척 생소했을 당시 문을 열었다. 이문주 대표가 호주 유학 당시 현지에서 일상화된 비건 식품, 레스토랑 등을 접한 뒤 국내에서의 레스토랑 사업이 시작됐다. 물론 초기에는 레스토랑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비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며 몽크스부처를 찾는 방문객들이 늘었고, 리뷰 등이 쌓이며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맛집이 됐다.
◇ 시그니처 메뉴

몽크스부처는 100% 비건으로 음식을 만든다.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리조또에서부터 말레이시아 스타일의 커리, 똠양 볶음밥 등 다양한 느낌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분기마다 조금씩 바뀌는 몽크스부처의 메뉴는 대부분 박재진 셰프가 직접 개발했다. 비욘드 미트의 원형을 제형하고 양념하는 등 메뉴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 역시 그의 손을 거친다. 박 셰프가 자신 있게 추천한 메뉴는 뇨끼, 멜란자네, 화이트 프레굴라 등이 있다.
포슬포슬한 제주도 홍감자와 세몰리나 밀가루로 직접 만든 부드러운 뇨끼를 은은한 단맛의 단호박 퓌레 위에 간장 양념의 비프 크럼블, 향긋한 참나물 피스타치오 페스토를 같이 레이어 해 지루하지 않은 맛을 표현했다. 특히 연근칩과 허브류를 곁들여 식감과 향을 더한 메뉴다.
멜란자네는 가지를 맛있게 구워낸 채소 요리다. 가지를 태워 껍질을 제거한 뒤 만든 중동식 소스인 바바간누즈를 약간 변형해 곁들였다. 스모키함과 이색적인 향이 특징이며, 아삭한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 크러스트, 튀긴 라이스페이퍼를 곁들여 맛과 식감을 더했다. 이외에 비욘드 미트로 만든 비욘드 미트 버거, 미나리 크림 파스타, 노루궁뎅이 버섯 강정 등이 대표 메뉴로 꼽힌다.
◇ 비건의 확장, 그리고 가능성

몽크스부처는 비건을 알리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몽크스팩토리에서 비건 밀키트를 제작, 판매하는 것은 물론 케이터링 서비스를 통해 각종 행사 등에서 비건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하반기 몽크스부처의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 것과 대형 쇼핑몰에서의 팝업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비건이 우리 일상에자리 잡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국내 비건 시장에 대해 박재진 셰프는 “국내 비건 시장은 아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국내 기업에서도 대체육 등 여러 비건 제품의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건이라고 해서 비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사람들은 보통 식사 메뉴를 고를 때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의 카테고리를 고른다. 그 중에 편하게 고를 수 있는 ‘비건’이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만들어 누구든 편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