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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지고 ‘경험’ 뜬다…리테일 ESG, 공간 큐레이션으로 재편

주입식 환경 보호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거점으로 기후위기 대응 선회

유통 및 소비재 시장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문법이 구조적 전환을 맞이했다. 과거 리테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단방향 캠페인이나 평판 관리를 위한 비용 지출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산업 내에서 기후위기 어젠다는 감각적인 오프라인 공간과 트렌디한 팝업 콘텐츠를 결합해 소비자를 집객시키는 ‘핵심 테넌트’로 진화했다. 환경 보호라는 주제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치환함으로써, 오프라인 상권의 트래픽을 늘리고 새로운 상업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리테일 전략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유한킴벌리)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콘텐츠 캠페인

‘경험형 콘텐츠’ 중심의 구매 전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환의 배경에는 주력 소비층인 Z세대의 뚜렷한 가치소비 성향과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8월 발표한 ‘Z세대의 ESG 경영과 소비 트렌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9%가 “조금 비싸더라도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63.7%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나 부정적 이슈로 구매를 중단(보이콧)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즉, 최근의 가치소비는 기업의 단순한 친환경 선언을 넘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체감할 수 있는 ‘경험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구매 전환이 이루어지는 추세다.

유한킴벌리가 최근 전개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신규 캠페인은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대규모 트래픽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1984년부터 이어온 숲 보전 활동을 알리기 위해 전통적인 광고 방식을 탈피하고, 핵심 타깃의 여가 문화인 ‘맛집 탐방’을 차용했다.

42년간 가꿔온 숲의 생태계를 아기 다람쥐의 시선에서 ‘숲세권 맛집’으로 재해석한 숏폼 콘텐츠는 공개 2주 만에 150만 뷰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피앰아이가 발표한 2024년 대국민 기업 슬로건 인지도 1위 데이터와 맞물려, 기업의 진정성 있는 자산을 소비자 일상에 밀착된 콘텐츠로 번역할 때 압도적인 브랜딩 효율을 낸다는 사실을 팩트로 증명한다.

(사진=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 솟솟리버스_고쳐입기 와펜달기 공간

오프라인 상권의 핵심 테넌트가 된 ‘자원 순환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로 소비자 접점을 넓힌 제조사와 발맞춰,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아예 상업용 부동산의 공간 비즈니스 모델로 이식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특화 매장 ‘솟솟리버스’가 두드러진 예다.

서울과 제주 핵심 상권에 위치한 이 공간은 재고 의류를 할인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해체된 텐트 원단으로 감각적인 라운지 가구를 만들고, 소비자가 직접 굿즈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된다. 브랜드의 재무적 부담 요인이었던 폐기물을 리테일 상권에서 집객력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탈바꿈시켜 독립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대형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유통사들의 점포 운영 방식도 동일한 맥락에서 고도화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점포 내 VIP 라운지와 휴게 공간의 핵심 집기를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한 자체 개발 소재로 전면 교체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등 주요 점포의 핵심 유휴 공간에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F&B를 테마로 한 대규모 팝업 콤플렉스를 정기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는 유통 플랫폼이 입점 브랜드에게 지속가능성이라는 테마를 제안하고, 이에 부합하는 감도 높은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고객의 체류 시간(Dwell time)과 단위 면적당 매출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임대(Leasing)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리테일 시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방어적인 평판 관리를 넘어 상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필수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브랜드는 자사의 헤리티지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경험형 콘텐츠로 가공하는 기획력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상업용 부동산 운영사는 단순한 면적 임대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를 상업 공간으로 엮어내는 편집 역량을 입증해야만 변화하는 리테일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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