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한 화장품이 문 앞에, 화장품 ‘구독경제’ 다시 꿈틀

전문가 제품 추천도, 맞춤형 화장품과 만나 성장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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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시장에 구독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리는 것이다. 사진=올리브영

화장품에도 구독경제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글로시박스의 한국 시장 진출로 폭발적 인기를 끌다 반짝 성장에 그쳤던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시장이 최근 코로나19 상황과 겹치며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서브스크립션커머스란 정기구독을 뜻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과 상업을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이다.

당시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시장은 기업들의 경쟁적 참여와 협찬 제품 판매라는 한계에 부딪쳐 지속적인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서브스크립션커머스’ 서비스가 등장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커머스는 첫 도입 당시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집에서 원하는 제품들을 박스 형태로 배달 받는 방식이었다. 해당 서비스는 화장품 콘텐츠 범람으로 구입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서비스 품목도 늘어 화장품 외에 유아용품, 패션, 식품 분야로 확대됐고 기존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문가들이 제품을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커머스로 진화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의 지속적인 시장 진출과 정부의 샘플판매 금지 방침에 따라 본품을 확보해야 하는 서비스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제품을 협찬하던 브랜드사에서도 홍보 효과에 한계를 느끼면서 반짝 성장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관련 서비스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 중단을 선언하며 소비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화장품의 개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맞춤형화장품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랑콤

시들하던 시장은 2019년 유통 기업들의 당일 배송서비스 경쟁과 2020년 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대면 유통 활성화로 다시금 활기를 찾게 됐다. 최근에는 특정 서비스 업체가 아닌 브랜드사가 직접 서비스 전면에 나서며 맞춤형 화장품과 연계한 신개념 서비스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 제품만 제공하던 시대에서 제품 권하는 시대로 변화
서브스크립션의 진화 형태인 큐레이션커머스는 제품 제공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서브스크립션은 서비스 업체가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샘플을 포함한 제품을 협찬 받거나, 자체 브랜드 제품을 일부 함께 포장해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들로부터 후기를 받았다.

반면 큐레이션커머스는 전문가들이 선별한 특별한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야 하는 제품 후기를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품평과 추천을 통해 제공해 주기에 소비자 피로도가 덜해 서비스 시작과 함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았던 방식과 달리 단일 브랜드, 단일 품목이라는 콘셉트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 대비 수익률 저조 등의 이유로 관련 서비스 종료에 나선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아모레퍼시픽이 런칭한 마스크팩 정기 배송 브랜드 디스테디(D.STEADY)가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다. 피부의 턴오버 주기에 맞춘 ‘4스텝 마스크 플랜’ 제품을 선보이고 국내 첫 정기배송 서비스 ‘스테디 박스’를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지난해 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두피&탈모 케어 전문 브랜드 자올 닥터스오더 역시 헤어 업계 최초로 꾸준한 탈모관리를 위한 정기배송 서비스 ’먼슬리자올(Monthly Zaol)’을 런칭했지만 오는 2월 28일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반면 한층 더 세분화된 타킷층, 기본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간 차별화로 무장한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들은 속속 출격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파티온이 최근 선보인 ‘월간 그날, 시크릿 박스’는 바쁜 현대 여성들이 놓치기 쉬운 월경증후군과 피부를 케어해주는 박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구성품인 ‘더블 이펙트 PMS 감마리놀렌산’은 먹는 감마리놀렌산 캡슐과 붙이는 연꽃 마스크로 구성돼 있어 월경 전 불편함 개선에 도움을 주고 피부를 편안하게 케어해 준다. 그 외에도 피부 진정에 도움을 주는 ‘노스캄 리페어 트라이얼 키트 4종’과 여성 필수품 ‘템포 내추럴 순면패드’ 그리고 간식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박카스맛 젤리’가 들어있다.

◇ 개개인에 맞춘 화장품 부상할 듯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전문 제조사들은 지난해 맞춤형 화장품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올해 집중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화장품 구독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맞춤형 화장품과 연계한 시장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은 개인의 피부상태·선호도 등을 반영해 개인별 진단결과에 따라 판매장에서 혼합 또는 소분해 과정을 거쳐 제공하는 화장품으로 2016년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가장 개발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낮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세부 규정이 정립되지 않아 관련 사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는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 육성을 추진해 왔다. 국내 화장품 빅2를 중심으로 관련 서비스에 대한 진화가 이뤄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유망 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피부 측정 등을 통해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 판매 서비스에 나서는 기업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맞춤형 화장품 개발 추진을 발표한 한국콜마와 올해 신년회에서 시장 진출을 선언한 코스맥스가 대표적이다. 이 전문 제조사들은 짧은 시간에 제조할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면서 올해 하반기 큰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맞춤형 화장품 사업과 정기 구독 서비스의 결합 상품이 큰 이슈가 될 것이란 예측들이 나온다.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문판매와 다단계 등 인적판매 업계가 맞춤형 화장품 시스템을 도입해 화장품 배송 정기서비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 측정은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과정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사진=아이오페

아모레퍼시픽의 경우는 아이오페와 라네즈를 중심으로 단시간에 대량 제조가 가능한 맞춤형 화장품 시스템을 구축해 방문판매나 기존의 온라인 구독 서비스와 연계한 새로운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맞춤형 화장품과 정기 배송 화장품이 결합된 브랜드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이 투자한 ‘톤28’이다. 2017년 설립된 톤28은 개인별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 4주(28일)에 한 번씩 보내 주는 서비스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부의 수분·탄력·주름 상태는 물론 날씨 변화까지 고려해 천연 성분을 배합한다. 가령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달에는 ‘안티폴루션’ 기능의 식물복합성분을 추가하는 식이다. 피부 측정 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 변화와 빅데이터를 반영해 28일 주기로 개인별 맞춤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2018년부터 이미 국내 대표 기업들은 방문판매와 결합된 맞춤형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맞춤형 화장품은 투자비용 대비 객단가가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최근 짧은 시간 대량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설비들이 개발되고 있어 해당 서비스가 정기 구독 서비스와 결합될 경우 큰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화장품 구독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톤28. 사진=톤28.

한편 정부는 올해도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1년 맞춤형 화장품 활성화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 인정범위를 확대해 고용기회를 늘릴 방침이다. 또한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를 화장품책임 판매관리자 자격으로 인정하고, 조제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자가 하나의 매장에서 조제관리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겸직을 허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더불어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으로 신고한 장소 외에 박람회, 행사장 등에서 한시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코로나가 종식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하반기에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의 큰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