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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4월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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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도 못 떠난다’…플랫폼이 만드는 ‘리테일 가두리’

이슈 터져도 매출은 역대급, 소비자와 브랜드가 플랫폼에 갇힌 진짜 이유

리테일 시장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불공정 거래 논란 등 대외적 리스크가 해당 플랫폼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가 브랜드 파워나 단순 가격 비교에 따라 기민하게 이동했다면, 현재의 시장 지형은 물류 인프라와 결제 편의성,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선점한 소수 플랫폼에 의해 ‘대체 불가능한 구조’로 재편됐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확대를 넘어 유통 생태계 전반이 특정 플랫폼의 생존 문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고착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플랫폼의 지배력이 외부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소비자 행동 양식이 플랫폼이 구축한 물리적 인프라에 완전히 내재화됐기 때문이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2025년 쿠팡 한국법인은 매출 45조 4,555억 원, 영업이익 2조 2,88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영업이익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쿠팡이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건립, 지난 2024년 10월 운영을 시작한 광주첨단물류센터 전경. 최첨단 물류 장비뿐만 아니라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갖췄다. (제공 쿠팡)

2024년 대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40.9% 급증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과징금 제재 등 대형 악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회원 이탈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쿠팡의 결제추정금액은 논란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2026년 3월 기준 5조 7,136억 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12%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전국 ‘쿠세권’을 장악한 로켓배송의 편의성을 대체할 대안이 시장에 부재하기 때문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매출 5.5조, 영업이익 155% 급증)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동반 성장은 소비자에게 배송 속도가 이미 ‘기본값’이 됐음을 방증한다. 유통업계 공룡인 이마트, 신세계, 롯데쇼핑의 합산 매출에 육박하는 외형을 갖추면서도 영업이익은 이들을 압도하는 구조는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가 아닌 시장의 ‘기간시설’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무신사 로고

이러한 현상은 패션 특화 플랫폼인 무신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무신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 4,679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외형을 2배 이상 키웠다. 주목할 지점은 영업이익 성장률(36.7%)이 매출 성장률(18.1%)을 2배 이상 상회했다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일정 수준의 고정비를 확보한 후 추가 비용 없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고정비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무신사의 독과점적 지위는 신진 브랜드의 생사를 결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신사는 단순 판매 중개를 넘어 수수료 매출(38.76%)과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 매출(30.78%)을 양축으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3,200만 명을 기록하며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입점 브랜드들은 무신사의 큐레이션과 물류 인프라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한 구조에 놓여 있고, 이는 플랫폼이 제조사의 유통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2일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몰 은평점 매장 외관(제공 무신사)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들은 이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통 전 과정을 설계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데이터로 수요를 예측해 직매입 구조를 최적화하고, 무신사는 커뮤니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PB 제품을 기획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2025년 무신사의 글로벌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489억 원을 기록한 배경에도 플랫폼이 구축한 해외 진출 파트너십과 데이터 기반의 브랜드 선별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기존 유통 대기업과의 실적 격차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연간 영업이익 2조 원을 넘긴 쿠팡과 달리 전통적 유통 강자들은 3,000억~5,000억 원대 이익에 머물러 있다. 플랫폼이 결제(쿠팡페이), 외식배달(쿠팡이츠), 글로벌 물류까지 수직·수평적 확장을 지속함에 따라, 신규 진입자가 마케팅만으로 이들의 ‘전환 비용’을 넘어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리테일 산업의 플랫폼 독식 구조는 향후 더욱 고착화될 전망이다. 쿠팡과 무신사 모두 수익을 다시 인프라와 오프라인 점포 확대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유통 플랫폼이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시대에 브랜드와 제조사들은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해 있다.

플랫폼의 생태계 안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생’의 길을 걷거나,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탈(脫)플랫폼’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거대 플랫폼의 지배력이 ‘불가역적’ 단계에 진입한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 지배력을 단순한 점유율이 아닌 ‘사회적 인프라 장악’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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