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중심의 사업 구조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주요 홈쇼핑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청 인구 감소와 송출 수수료 부담 증가로 전통적인 수익 모델의 성장성이 둔화되자,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모습이다.
과거 홈쇼핑이 TV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쇼핑 기업들이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브랜드 사업자이자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쇼핑업계가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과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TV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홈쇼핑 기업들은 기존 방송 판매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 구축에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 에이글, 현대홈쇼핑 코이시스로 매장 오픈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롯데홈쇼핑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독점 판권을 확보한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AIGLE)’을 필두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잠실 롯데월드몰 1호점에 이어 최근 강남구 도산대로에 오픈한 2호점은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로서, 1989년 프랑스 생제르맹 매장 콘셉트를 계승하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브랜드 상징인 고무 소재를 테마로 한 전시 공간과 야외 ‘에이글 파크’를 조성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홈쇼핑사의 편집숍 운영 역량이 단순 판매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현대홈쇼핑 역시 자체 뷰티 편집숍 ‘코아시스(Coasis)’를 통해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1호점을 선보인 이후, 지난달 29일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2호점을 오픈하며 백화점 고객층 공략에 나섰다. 현대홈쇼핑은 다음 달 가든파이브점과 동대문점에 3, 4호점을 순차적으로 개점하며 오프라인 뷰티 거점을 연내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동대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타겟으로 컨베이어 벨트식 매대와 회전형 디스코볼을 활용한 역동적 인테리어를 도입, 오프라인 공간 자체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의 바이럴 요소를 갖추도록 기획했다. 단독 기획 상품을 현재 30여 종에서 연내 60종까지 늘리는 등 홈쇼핑의 가격 경쟁력과 오프라인의 체험적 가치를 결합하여 집객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CJ온스타일은 홈쇼핑 패션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을 선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CJ오쇼핑 시절부터 셀렙샵(Celebshop)을 비롯해 VW베라왕, 지스튜디오 등 자체 패션 브랜드를 백화점과 오프라인 유통망에 선보이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로 전환했지만 패션 브랜드의 오프라인 유통 경험은 홈쇼핑 업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GS샵 역시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SJ와니, 모르간, 라삐아프 등 홈쇼핑을 통해 성장한 브랜드를 백화점 팝업스토어와 오프라인 행사에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방송을 통해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연결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판매 공간 넘어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
홈쇼핑 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데이터 수집과 브랜드 테스트를 위한 거점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방문객의 연령대와 체류 시간,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리테일 미디어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장에서 축적된 소비자 경험 데이터가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 방송 채널로 연결되면서 보다 정교한 고객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홈쇼핑의 경쟁력이 상품 소싱과 방송 판매 역량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브랜드 경험과 고객 데이터 확보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과 소통하는 미디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향후 홈쇼핑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이 패션과 뷰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V 방송 중심의 일방향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경쟁력이 홈쇼핑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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