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해도 ‘투자’라는 영역은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와 같이 전문 투자자, 밴처캐피탈 등 특정한 사람들에게 한정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누구든지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형태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소비자의 역할이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 및 투자 과정의 개입으로까지 확대되며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성공 메이커 와디즈…2019년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전년대비 168% 급증

와디즈(Wadiz)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크게 증권형(투자형)과 리워드형 두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증권형은 스타트업, 문화콘텐츠, 채권을 포함하고 있다. 보상으로 기업의 주식 또는 채권을 발행해주거나 얻게 된 수익의 일부를 제공하는 형태다.
리워드형은 가전, 패션·잡화, 뷰티 등 제품 위주의 카테고리를 갖고 있다. 펀딩에 대한 보상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본인이 투자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와디즈는 초기 리워드를 먼저 출범해 운영하다가, 지난 2016년 1월 증권형을 법적인 시행령과 동시에 출범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공동구매와 유사한 성향으로 공통점은 여러 명이 한 제품을 같이 구매한다는 점이다. 반면 다른점은 공동구매는 제품이 확보된 상태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고, 크라우드 펀딩은 ‘시제품이 완성됐을 때 또는 제품 양산 직전 판매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즉. 크라우드 펀딩은 정말 펀딩(Funding), 투자의 개념이다. 투자플랫폼 와디즈에 따르면 지난해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1051억원으로 전년대비 168%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384억원) 규모의 3배 가까운 수치로, 와디즈의 리워드형이 전체 크라우드펀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었다.

‘블루피치.’
지난 2016년 30%대 초반에 머무르던 리워드형의 비중은 2017년 45%로 올랐고, 2018년에는 65%를 차지하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규모를 넘어섰다. 프로젝트 건수를 살펴봐도 와디즈의 지난해 총 7881건 중 90%가량이 리워드형으로 이뤄졌다.
와디즈 관계자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은 개별 업체들이 발표하는 자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국내 시장 규모는 집계되지 않지만, 와디즈 펀딩규모의 두 배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이 투자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뒤 그 보상으로 투자자들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따른 별도의 이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리워드형은 투자금이 모이는 만큼 조달할 수 있어 모집금액에 제한이 없다. 와디즈 관계자는 “예를 들어 1000만원을 목표로 한 달 동안 자금을 모집해 마지막날 기준 1000만원을 넘기면 성공을 하게 되고, 목표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가 취소된다”며 “보통 100만~500만원에서 목표금액을 정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성공률은 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패션·잡화 유통채널로 주목…“매년 2배 이상 성장”
올해 창업 8년 차를 맞은 와디즈는 현재까지 약 14700건의 펀딩 프로젝트를 중개해 총 2650억원의 펀딩금을 모집하며 전년대비 140%, 연 평균 2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월 펀딩 금액은 평균 150억원을 모집했으며 월 프로젝트 오픈 건수 800~1000건의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했다. 와디즈 홈페이지 방문자를 살펴보면 밀레니얼과 Z세대라고 불리는 2035세대(MZ세대) 비율이 전체 방문자 중 약 70%를 차지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소비 및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타깃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와디즈 리워드형 펀딩 내 패션·잡화 분야는 235억원을 모집하며 전년대비 217% 성장했고, 한 해에만 2328건이 개설되어 오픈건 수 역시 149%나 증가했다. 한 예로 씨씨씨컴퍼니의 양가죽 자켓 프로젝트는 지난해 1~3차 합계 20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총 1만2395명이 투자해 패션 잡화 분야 최다 참여인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베이직스가 노트북 ‘베이직북14’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1~2차 합계 30억원을 조달해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2019년 리워드형 펀딩 전체 16개 카테고리 중 TOP 5는 패션잡화 > 푸드 > 홈리빙 > 디자인소품 > 뷰티 (프로젝트 개설건수 기준) 순이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6년간 패션·잡화 카테고리의 아이템별 트렌드를 살펴보면, 상위 5개 프로젝트의 모집 금액이 높은 순으로, 2014~2016년도에는 멀티 기능의 가방과 구두 등 잡화(78%), 사회적 의미나 가치를 담은 의복(50%)이 주를 이뤘던 반면, 2017~2019년도에는 가성비 좋은 다기능의 백팩과 스니커즈 등 잡화(40%)부터 캐주얼 점퍼, 라이더 자켓 등 의류(60%)로 확대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존 패션 유통시장이 포화상태였고, 수요에 따른 공급이 가능한 ‘선주문 후생산’ 구조의 크라우드펀딩이 대안으로 떠오른 동시에 크라우드펀딩 문화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시장이 함께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는 △서포터와의 빠른 소통 △앵콜 펀딩시 긍정적인 리뷰 및 개선 사항 적극 반영 △차별화된 스토리의 경쟁력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와디즈에서 ‘패션’은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2019년 상반기 진행된 패션 프로젝트만 총964건, 펀딩 금액은 80억원에 이른다. 2018년과 비교하면 577% 신장한 금액이다. 와디즈는 향후 패션잡화 분야를 포함해 라이프스타일에 기반을 둔 주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대표적인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는 ‘텀블벅’과 ‘유캔스타트’가 있다. 일단 텀블벅이 ‘창작자’에게 초점을 맞춰 많은 카테고리의 펀딩 상품을 취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유캔스타트는 ‘사회적 기부’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따라서 텀블벅이 페미니즘, 1인 가구 취향의 소품, 다양한 게임, 독립출판 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펀딩 상품이 주목을 받았다면 유캔스타트는 동물보호 프로젝트, 공정기부 프로젝트 등을 주요 펀딩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텀블벅과 유캔스타트 모두 후원금에 따라 리워드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면 전시 프로젝트 상품의 경우 1만원 후원은 오프닝 파티 초대권, 2만원 후원금은 오프닝 파티 초대권+엽서세트, 50만원 후원은 오프닝 파티 초대권+엽서세트+에디션 작품을 제공받는 식이다. 후원금 금액 선택지는 텀블벅이 유캔스타트보다 조금 더 다양한 편이다.
◇ 패션업계 펀딩 시장 ‘하고HAGO’ 주목

빠른 제작, 빠른 배송이 온라인 쇼핑의 화두가 되는 요즘 주문을 하고 몇 달을 기다리더라도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의 상품이라면 소비자들은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패션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창 패스트(Fast)패션에 열광했던 시대를 지나 개인의 취향에 맞춰 주문하는 커스터마이징 상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하고(HAGO)는 제작 전 완성 모델을 공개한 뒤 주문을 받아 제작에 착수하는 펀딩 시스템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 하고(HAGO)가 진행하는 펀딩 상품의 소비자 가격은 생산 원가의 2배 정도다.

4~6배에 달하는 일반 패션 상품에 비해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고는 최근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적극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은 주요 타깃이 비슷하고, 트렌드 반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속성이 비슷해 콘텐츠 확장이 용이하다”며 “최근에는 일상 전반에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성장세가 지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고(HAGO)는 현재 여러 의류 상품 외에도, 주방용품이나 가전, 가구 등 라이프와 관련한 총 13개의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독특한 감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개성파 도예작가의 식기나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친환경 일회용 그릴, 트윙클볼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현재까지 하고(HAGO)에 입점한 라이프스타일 관련 브랜드 수는 273개로, 이는 전체 입점 브랜드 비중의 35%에 달한다. 하고(HAGO)는 앞으로도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이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상품의 비중을 5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고(HAGO) 관계자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은 주요 타깃이 비슷하고, 트렌드 반영이 즉각 이루어지는 등 속성이 비슷해 콘텐츠 확장이 용이하다”며 “최근에는 일상 전반에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성장세가 지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