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여름 시즌, 거리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와이드 팬츠의 독주가 끝나고, 1990년대의 향수와 현대적 실용성이 결합한 독특한 실루엣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부문장 박남영)이 최근 삼성패션연구소의 빅데이터와 자사 플랫폼 SSF샵의 검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번 시즌 팬츠 트렌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이른바 ‘커·카·치(커브드·카프리·치노)’를 선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데이터에서 나타난다. 올해 1분기 SSF샵 내 ‘카프리 팬츠’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79% 폭증했으며, ‘커브드 팬츠’ 역시 187%라는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익숙한 기본 아이템에서 벗어나 체형 보정과 스타일링의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아이템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옆 선의 부드러운 곡선미가 특징인 ‘커브드 팬츠’는 빈폴레이디스를 중심으로 출시 직후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무릎 아래 기장으로 발목을 드러내는 ‘카프리 팬츠’는 에잇세컨즈와 구호플러스 등 Z세대 타깃 브랜드에서 매출 효자로 등극했다. 특히 구호플러스의 미디 카프리 팬츠는 전년 대비 누계 매출이 90% 이상 오르며 ‘스몰 럭셔리’적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1990년대 국내 패션계를 풍미했던 프레피룩의 상징 ‘치노 팬츠’의 귀환은 이번 시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난 수년간 스트릿 웨어에 밀려 비즈니스 캐주얼의 조연에 머물렀던 치노 팬츠는, 최근 낭만주의적 ‘포엣코어(Poet-core)’ 스타일이 부상하며 다시금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1989년 론칭 이후 치노 팬츠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빈폴멘은 올해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된 컴포트 실루엣과 피그먼트 워싱을 도입해 전년 대비 50%의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이는 단순한 복고를 넘어, 과거의 클래식한 소재에 현대적인 턱(Tuck) 디테일과 와이드한 핏을 더해 브랜드 가치를 진화시킨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커·카·치’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체형적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실루엣을 찾고 있다”며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던 치노 팬츠의 변주와 카프리 팬츠의 귀환은 패션 주기가 더욱 빠르고 세밀하게 순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시즌 패션 기업들의 승부수는 익숙한 아이템을 얼마나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에센셜’로 제안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SSF샵-로고[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SSF샵-로고1.png)


![네이버볼로그[1]](https://tnnews.co.kr/wp-content/uploads/2025/08/네이버볼로그1-300x133.j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