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FW 서울패션위크의 런웨이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관객들의 탄성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데일리미러(DAILY MIRROR)의 김주한 디자이너가 있었다.
컬렉션쇼가 끝난 뒤에도 패션 관계자들과 바이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이어졌고, SNS와 업계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컬렉션에 대한 호평이 나타났다. 런웨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 2월 중순 성수동 아뜰리에에서 그를 만났다.

브랜드 론칭 12년 차를 맞이한 김주한 디자이너는 여전히 직접 패턴을 뜨고, 모델에게 직접 옷을 입혀보고, 가장 이상적인 실루엣을 찾는 현장형 디자이너였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옷 자체로 말하는 사람. 그가 이번 시즌 패션위크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 ‘Layered Raise-Up(겹침과 상승)’은 데일리미러의 브랜드 철학 ‘Be Progressive(진보하라)’의 정점을 보여주는 키워드다. 단순히 옷을 겹쳐 입는 스타일링이 아니라, 시간과 선택, 수많은 시도가 축적되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그 끝에서 마주하는 성장의 도약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테마는 사실 데일리미러가 걸어온 12년과 맞닿아 있어요. 겹칠수록 완성되고, 완성될수록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는 메시지를 런웨이 위에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레이어링은 저에게 단순한 스타일링 기법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브랜드의 코어입니다.”
런웨이를 채운 의상들은 데일리미러의 정체성인 ‘Modern · Genderless · Layered’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어깨 라인을 대담하게 강조한 오버 사이즈 테일러링과 직선적으로 길게 떨어지는 롱 코트가 구조적 안정감을 형성했고, 가죽 재킷을 수트나 셔츠 위에 겹쳐 입는 방식은 이질적인 아이템들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입체적 에너지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매니시한 테일러드 룩과 페미닌한 무드가 공존하는 젠더리스 스타일은 진보적 시각을 한층 더 선명하게 했다.

◇ 데일리미러, 레이어드 착장으로 가장 완벽한 스타일 완성
소재의 대비도 이번 컬렉션의 핵심 언어였다. 거친 질감의 레더와 부드러운 패브릭, 광택감 있는 새틴과 클래식한 울이 자유롭게 뒤섞이며 시각적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블랙, 그레이, 다크 그린의 깊이 있는 모노톤 팔레트가 컬렉션의 무게감을 더했고, 그 사이에서 등장한 강렬한 레드 미니 드레스는 정체된 공기를 단번에 깨뜨리며 ‘도약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구현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기술적 디테일이다. 김주한 디자이너는 안쪽 옷과 바깥쪽 옷의 단추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하여, 여러 겹을 겹쳐 입었음에도 마치 하나의 옷처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완성했다.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고, 벗기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정말 수없이 반복했어요. 레이어드를 했을 때 각각의 옷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실루엣으로 읽혀야 한다는 게 이번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데일리미러의 옷으로 레이어드했을 때 가장 완벽한 스타일이 완성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의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치밀한 설계의 결과였다. 안감과 겉감의 소재 배치, 단추 하나의 위치까지 계산된 이번 컬렉션은 데일리미러가 왜 ‘입는 옷’이 아닌 ‘완성되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인지를 증명했다.

◇ ‘기초, 기본’을 고집하는 12년 차 디자이너의 자부심
김주한 디자이너는 패션계에서 보기 드문 과정을 밟아온 인물로 통한다. 원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패션에 매료되어 라사라, 모다랩에서 기초를 다지고,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실무를 익힌 뒤 2년간의 비스포크(맞춤복) 작업을 거쳐 2014년 자신의 브랜드 데일리미러를 통해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패션 창작스튜디오 1기 스타 디자이너로 선정되고, 서울패션위크 정식 등단을 위한 제너레이션 넥스트(GN) 과정을 거치는 등 지금까지 이력은 기본기에 충실한 디자이너라는 점을 증명해 주기에 충분하다.
그가 특히 높이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직접 패턴을 뜬다는 점이다. “패턴을 직접 다룰 줄 알면 샘플실, 공장과의 소통이 훨씬 수월하고, 의도한 실루엣을 가장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옷을 제대로 꺼내려면 내 손이 그 언어를 알고 있어야 해요.”

이 기초, 기본을 고집하는 태도가 남성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하되 여성이 입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세미 오버핏과 허리 라인을 정밀하게 찾아내는 데일리미러 특유의 실루엣을 탄생시켰다. 겉으로는 강인하고 구조적이지만, 여성의 몸에 걸쳤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옷. 그것이 데일리미러가 12년간 지켜온 미적 기준이다.
그는 패션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존재의 순간(Mirror Moment)’을 비추는 태도이자 언어로 정의한다.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자기 자신을 가장 선명하게 마주하잖아요. 저는 그 순간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어요. 빨리 잊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언제 꺼내 입어도 세련되고 어디에나 매치할 수 있는, 유행이 필요 없는 옷을요. 히스토리가 남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12년간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고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온 그의 말에는 단단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유행을 좇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옷을 만들겠다는 철학. 그것이 데일리미러가 오랜 시간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 해외가 먼저 알아본 브랜드, 이제 국내 시장 안착 시도
데일리미러는 이미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유럽, 중동, 러시아 등 해외 바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를 앞서며, 서구권에서 브랜드 콘셉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서울시가 선정한 5개 브랜드 중 하나로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중 개최되는 ‘실로 짜여진 언어로서의 패션(Soul Threads: Voices of Seoul)’ 전시에 참여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시선은 국내 시장을 향하고 있다. 그간 높은 공정 난이도로 인해 형성된 고가 라인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높은 진입 장벽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주한 디자이너는 이를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올 하반기 주요 백화점 거점에서의 팝업스토어를 계획하고, 자사몰 활성화와 온라인 플랫폼 입점도 재개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데일리미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분들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흔들지 않되, 문턱은 낮추는 것. 셔츠처럼 일상에서 자주 입을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 기존 고가 라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세컨드 라인 출시도 심도 있게 고민 중이다. 컬렉션의 완성도로 예술적 역량을, 글로벌 세일즈 실적으로 상업적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 보인 데일리미러는 이제 국내 시장 안착이라는 새로운 퍼즐 조각을 맞추려 하고 있다.
12년의 축적된 시간 위에서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김주한 디자이너. 절제된 파격과 정교한 기본기로 무장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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