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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4월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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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의 종말, ‘공간’과 ‘취향’으로 재편되는 회식 마켓

양적 팽창에서 브랜드 로열티 중심으로… F&B 업계, 프리미엄·특화 매장 전략으로 기업 수요 선점

과거 리테일 F&B 시장에서 ‘회식’은 단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면적과 저렴한 주류 공급 능력으로 성패가 갈렸다. 하지만 최근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가 ‘업무의 연장’이 아닌 ‘보상과 교류’의 차원으로 진화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메뉴 구성과 독립된 공간 제안 능력이 외식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고물가·저성장 시대, ‘선택과 집중’의 회식 구조 변화
최근 1~2년 사이 국내 외식 시장은 고물가에 따른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불필요한 저효율 회식은 과감히 생략하는 대신, 한 번을 하더라도 수준 높은 경험을 원하는 ‘스몰 럭셔리’형 회식 수요가 증가했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외치면서도 임직원 복지와 사기 진작을 위해 지불 용의(Willingness to Pay)를 높이는 모순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특히 근로 시간의 유연화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하며, 유통업계는 천편일률적인 고깃집 형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주류 소비량은 감소한 반면 와인, 위스키 등 주종의 다양화와 페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이는 곧 F&B 브랜드들이 공간 기획과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비즈니스 미팅과 소규모 파티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하게 만든 핵심 동인이 됐다.

빕스 마곡 원그로브점 내부(제공 CJ푸드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수 브랜드들의 ‘프리미엄 리포지셔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CJ푸드빌(대표 이건일)이 운영하는 빕스(VIPS)는 2026년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에서 15년 연속 패밀리레스토랑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브랜드 로열티를 입증했다. 빕스의 성장은 단순히 인지도에 기댄 결과가 아니다.

회식과 단체 모임 수요가 많은 상권에 프라이빗 단독 룸을 강화하고, 디카페인 커피 및 기업 전용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는 등 직장인 니즈를 정밀하게 타격한 ‘특화 매장’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로 우수 고객인 ‘빕스 매니아’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최우수 등급인 ‘매니아 퍼스트’ 회원은 2023년 대비 약 3배 급증하는 등 B2B와 B2C를 넘나드는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창고43, 프라이빗룸 사진(제공 다이닝브랜즈그룹)

다이닝브랜드즈그룹(대표 송호섭)의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창고43 역시 ‘공간의 독립성’을 키워드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전 매장에 배치된 프라이빗 룸과 주류 반입 비용을 없앤 ‘콜키지 프리’ 서비스는 기업들이 회식 장소 선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격식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미담’ 코스 메뉴는 단품 위주의 기존 한우 매장과 차별화되며, 점심 시간대 육회비빔밥 등 전략 메뉴가 출시 2주 만에 2,000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낮 회식 수요까지 성공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반면 호텔 업계인 목시 서울 명동은 ‘애프터 워크(After-work)’ 프로모션을 통해 소규모 팀 단위의 캐주얼 파티 수요를 공략한다. 매주 목요일 인원 제한 없이 운영되는 무제한 다이닝과 주류 서비스는 1인당 8만 원이라는 확정된 비용으로 기업의 예산 집행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네온사인과 힙한 라운지 분위기를 통해 젊은 직장인들의 공간 경험 욕구를 충족시킨다.

목시 서울 명동 바 목시 애프터워크(제공 목시 서울 명동)

이러한 변화는 리테일 유통 구조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외식 매장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기업의 문화를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빕스처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기업 멤버십을 운영하거나, 창고43처럼 ‘룸’이라는 물리적 자산을 비즈니스 도구로 치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산업적 관점에서 회식 수요의 이동은 F&B 기업들의 운영 전략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리브랜딩’으로 선회하게 만든다. 과거 대규모 출점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렸다면, 이제는 각 상권의 특성에 맞춘 PB 메뉴 개발과 멤버십 데이터 기반의 고객 관리(CRM), 그리고 와인&페어링 존과 같은 부가 가치 서비스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었다.

결국 유통사와 브랜드사들은 소비자의 변화된 시간 점유 방식을 이해하고, 식사 전후의 흐름을 설계하는 다이닝 큐레이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명확한 타겟팅과 데이터 기반의 로열티 전략을 보유한 브랜드만이 재편되는 B2B 외식 시장에서 장기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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